장생 탄광 사고 처리에 두가지 잘못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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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원도 삼척군 장생읍 대한 석탄 공사장 생광 업소의 수갱 변압기 폭발 사고는 6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섯 차례나 구조대 및 안전 점검반의 조난 사고가 잇달아 발생, 사망 7명·실종 5명 (사망 추정)·부상 2백12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지하 3백75m( 2백25「레벨」)에서 일어난 화재로 이같이 연쇄 조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먼저 진화, 뒤에 구조」라는 안전한 구조원 원칙 무시하고 무리하게 구조 작업만을 강행한 것과 사고 발생 직후 광업소측이 광부들의 건의를 묵살, 갱내의 작업을 강요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조처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번째 잘못>
대형 탄광 화재 사고를 빚은 강원도 삼척군 장생읍 석공장 생광 업소는 사고 당시 광부들의 갱 밖으로 나가겠다는 요청을 묵살, 계속 작업을 시킨 바람에 많은 인명 피해를 냈음이 밝혀졌다.
21일 광산 노조는 광업소측이 상황을 재빨리 판단, 광부들의 요청대로 철수했더라면 인명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 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광산 노조에 따르면 15일 자정 1천3백여명의 광부 (기계·전기공 포함)들은 16일 상오 8시 교대할 예정으로 사고 탄광의 장생·중앙·철암·검천·문곡·개발 갱 등 6개 갱에서 병반 작업 (밤 12시∼상오 8시 근무)에 들어간 후 16일 상오 2시45분쯤 길이 6백m 폭 6·2m의 수갱 2백25m「레벨」 (해발 기준)에 있는 변압기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 정전되면서 불이났다는 것.
전선에서 일어난 불은 갱 벽의 나무 조각·갬목 들에 번져 1시간쯤 지나자 갱 안은 검은 연기로 꽉 차 수갱 2백25「레벨」의 직암·장생·검천 갱 등 3개 갱에서 일하던 광부 9백여명은 각 갱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도저히 작업을 계속 할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광업소 측은 『기다려 보라』고만 말한 후 상오 3시55분 정전된 전기가 다시 들어 올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었다는 것.
광부 정모씨 (41·직암갱)는 『광부들이 질식 상태에서 아비규환을 이뤄 작업할 수 없다고 아우성을 쳤는데도 광업소 측이 작업을 강요한 것은 광부들의 인명을 전혀 고려 하지 않은 처사』라고 분개했다.
상오 4시가 돼도 장생·직암갱에 소속된 광부들은 철수하라는 지시가 없자 견디다못해 갱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했으나 갱 안은 이미 연기로 가득차 빠져나가기 힘들었다는 것.
광업소 측은 연기가 2백25「레벨」 상부 갱도로 빠질 줄만 알고 극한 상황 속의 광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부들은 광업소가 사고 당시 작업을 중지, 광부들의 요청대로 철수시켰더라면 희생자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 광업소 측의 무성의한 안전 대책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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