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유혈반목 잊고 화해의 첫발-사다트 대통령, 이스라엘 방문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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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랍원수로는 처음>
「아놔르·사다트」「이집트」대통령을 태운 「보잉」707「이집트」대통령전용기가 「텔아비브」근처의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한 것은 19일 하오5시57분(한국시간 20일 상오2시57분). 「사다트」대통령은 곧 「이스라엘」군악대가 양국국가를 연주하고 21발의 예포가「이집트」국기로 뒤덮인 「벤구리온」공항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전실장의 안내로 「트랩」을 내려 붉은「카피트」가 덮인 「이스라엘」땅을 밟음으로써 건국 29년의 「이스라엘」을 방문한 최초의 「아랍」국가원수가 되었다.

<공항연도 20만 집결>
「사다트」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이집트」경호요원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카츠지르」대통령과 함께 「리무진」을 타고 성도「예루살렘」의 「킹·다비드·호텔」로 향했다. 공항으로부터 「예루살렘」에 이르는 50㎞의 거리에는 20만명이상의 「이스라엘」인들이 연도에 집결, 뜨거운 환영을 보냈다.

<1만 경찰이 경호>
「사다트」대통령의 신변안전을 위해 1만명의 경찰·국경경비대 등 보안대가 동원되어 요소 요소를 지키고 있다.
이번 경호조치는 74년 「닉슨」전 미 국대통령의 방문 때보다 훨씬 더 삼엄한 「이스라엘」사상 최대규모라고 「이스라엘」보안관계자는 말하고있다.

<기자 천5백명 붐벼>
「사다트」대통령의 「이스라엘」방문 취재를 위해 약 1천5백명이 동원됐는데 이는 73년 중동전쟁발발 때의 8백명과 64년 「로마」교황「바오로」6세의 방문을 취재한 1천2백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이스라엘」정부는 몰려들 외국기자들을 예상, 5천장의「프레스·카드」를 준비했으며「예루살렘」극장에 전화 2백50대 및 「텔렉스」60대를 설치하고 「카이로」와「예루살렘」간의 직통전화까지 설치했다.

<회교성지 방문 참배>
「이스라엘」방문 첫날밤을 보낸 「아놔르·사다트」「이집트」대통령은 20일 상오 회교도 제3의 성지인 「알아크사」사원을 방문, 참배했다.
「사다트」대통령은 대부분 그의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여 두꺼운 붉은「카피트」가 깔린 회당의 마루에 다리를 포개어 앉았다.
그는 간간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으며 사제의 설교에 귀를 기울였는데 사제가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자 3천여명의 참배 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알·아크사」회교사원을 나선 「사다트」대통령은 「베긴」「이스라엘」수상의 안내를 받아 2차 대전때 「나치」독일군에 학살당한 유대인 6백만명을 기리는 「야드·바셈」기념관을 방문했다.
「사다트」연설에 이어 44분 동안 진행된 「베긴」수상의 연설도중 「팔레스타인」문제가 언급되지 않자 2명의 공산당출신 의원이 『「팔레스타인」은 어쩌란 말이냐』고 고함을 지름으로써 연설이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베긴」수상은 「사다트」대통령에게 얼굴을 돌리고서 『각하, 의원들이 당신의 연설을 방해하지 않고 제 연설을 방해해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베긴」수상의 말에 「사다트」대통령은 미소로 응답하고 「베긴」수상은 연설을 계속했다.

<"내가 당신을 기만" 「이」군 총장과 농담>
「사다트」대통령은 또 그의 방문이 속임수라면서 「이집트」가 전쟁준비를 하고있다고 지난주에 경고한바 있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모르데차이·구르」장군을 보자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웃음을 띠고 『내가 당신을 기만했소』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날 「이집트」「라디오」·TV는 자국대통령의 역사적인 「이스라엘」도착광경을 「넬아비브」공항으로부터 직접 실황 중계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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