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 5시간…백73명 탈출시킨 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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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원도삼척군장성읍 석공장생광업소의 갱내 변압기폭발로 아비규환을 이룬 갱속에서 목숨을 내건 한갱장(갱장·현지에서는 항장이라 함)의 강한 무지와 사명감이 사투 5시간만에 1백73명의 부하광부들을 구해냈다.
주인공은 우공장성광업소엽암갱장 김주백씨(46·삼척군장성읍장성6리). 김씨는 사고당시 새벽 단잠을 뿌리치고 화염에 싸인 갱속에 뛰어들어 자신은 중상을 당하면서도 질식직전에 허둥대던 광부를을 인솔, 갱밖으로 무사히 대피시켰다.
김씨가 사고를 안 것은 사고발생 1시간30분뒤인 16일상오4시20분. 김씨는 수갱에 있는 변압기가 폭발, 갱내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집에서 받고 용수철처럼 튕겨나가 광업소로 달려갔다.
김씨가 자신이 소속돼있는 철암갱에 들어서니 갱도는 온통 화염에 싸여있었다.
김씨는 위험해서 1천4백40m의 사갱에 못간다는 권양기(석만·사람을 들어올리는 차)조차공에게『죽어도 같이 죽어야한다』고 설득, 수건에 물을 적셔 입을 가린 뒤 권양기를 타고 철암갱막장 사갱에 내려가 1백56명의 광부들이 일하는 작업장9개소를 살폈다.
다행히 질식한 광부는 없었으나 1m앞을 분간할 수 없는 화염때문에 질식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김씨는 광부들에게 연기에 싸인 운반갱도에 나가지말고 공기「파이프」에 코를 대고있도륵 지시했다.
김씨는 이때 장생갱족에서 비틀거리며 뛰어나오던 광부 17명에게 인공호흡등으로 응급조치를 한 뒤 직암갱 1백56명의 광부들과 함께 갱밖으로 연결되는 사갱입구로 인솔했다.
1회운행에 40여명이 탈 수 있는 권양기에 도착하자 광부들이 서로 먼저 타려고 소동이 일어났다.
김씨는 이같은 사태아래서는 권양기가 운행하지 못할 것 같아 『죽어도 다같이 죽고 살아드 다같이 살자』고 외치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아우성중인 광부들을 진정시켰다.
간신히 권양기를 4번운행, 375「레벨」의 사갱에 전원대피시킨 뒤 구조본부에 인차를 보내주도록 요청하고 자신은 경사25도인 사갱을 기어서 올라갔다.
김씨는 화염속에서 자신이 죽더라도 부하광부들을 무사히 구출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사갱에 올라갔으나 계속 번지는 불길로 화염농도가 높아져 인차를 기다리기30분만에 인솔해가던 1백50여명이 질식, 갱바닥에 쓰러져 갱내는 한마디로 아비규환을 이뤘다.
김씨는 그러나 당황하지않고 질식한 광부들을 갱안에 엎어 놓고 인공호흡을 시켜 16일 상오9시30분쯤 인차에 실려 모갱밖으로 무사히 나왔다.
김씨는 사투 5시간 만에 광부들을 모두 구출했으나 자신은 「가스」에 질식, 작업반장 권영봉씨(45)에게 업혀 복지공사 장성병윈에 입원, 치료를 받고있다.
사고현장에 온 이동섭석공사장은 『김갱강이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희생자를 냈을 것』이라며 김씨의 공을 치하. 포상키로 했다.
김갱장은 58년 석공에 입사, 10여차례의 포상을 받은 탄광기술자로 부인 정순금씨(45)와 2남2녀를 두고 있다. <장성=탁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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