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현장-본사 '안전 핫라인'…선조치 후보고, 재난 불씨 잠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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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지난해 5월 9일 2013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했다. 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동 광주전남혁신도시 주택 건설현장에서 이뤄진 이 훈련은 태풍이 전남 남해안에 상륙한 상황을 가정한 현장 대피훈련이었다. 한전·소방서·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합동 시행했다. [사진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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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 LH 아파트 공사 현장. 거실 부분을 시공 중이던 김상중(34·가명)씨는 갑자기 호흡이 불편함을 느꼈다. 벽면 콘크리트에서 시멘트 분진이 발생한 것이다. 김씨는 본사 안전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제보했다. 본사 담당자는 즉시 해당 현장 감독과 건설사 안전관리자에게 시정할 것을 요청했다. 김씨의 제보 덕분에 시멘트 분진은 바로 조치됐고, 거실 시공은 무사히 완료됐다.

 김씨가 거리낌 없이 본사에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이유는 ‘LH안전지킴이’제도 덕분이다. 이 제도는 LH가 안전사고에 항시 노출돼 있는 건설현장 근로자와 본사 안전담당자 간의 직접소통을 위해 만들었다. LH 본사는 안전 불안 요소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해당 현장 감독에게 통보해 접수된 불안전 요소를 사전 제거하도록 조치한다.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함으로써 현장근로자의 불안 요소를 차단했다. LH 측은 이 제도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사업단 보금자리주택 건설현장에서 이재영 LH 사장(가운데)이 재난 대응 훈련에 참여해 재난·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LH]

 LH는 ‘선조치·후보고’라는 재난 구조의 기본 원칙을 실천한다. 인명구조 활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초기대응 매뉴얼을 개발, 현장지휘관의 역할과 응급구조를 명기하고 추가 피해 예방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H는 단계별 보고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사고 보고를 ‘현장→지역본부→본사→국토교통부’ 3단계에서 ‘현장→본·지사→국토교통부’ 2단계 체제로 단축했다.

 LH는 최근 실질적인 현장 안전을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했다. 재난대응을 위해 건설안전 분야에 ‘재난관리 위기대응 매뉴얼’과 임대주택 분야에 ‘임대주택 재난관리 위기대응 매뉴얼’을 수립·적용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지침도 전국 건설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개별 현장에서는 각 현장 여건에 맞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실천하고 본사·지역본부가 절기별 실태점검과 평가를 진행한다. LH는 이를 바탕으로 예방·시정·제도개선을 꾀한다. 건설업체에 격려장과 경고장을 부과하는 LH만의 건설관리제도도 운영한다. 이는 공사 입찰 시 PQ 신인도 평가 중 ‘계약 이행 성실성’ 항목에 적용된다. 

 이외에도 소규모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먼저, 외부전문가를 활용한 교육으로 짭짤한 효과를 봤다. LH는 자체 직원은 물론 LH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 임원을 대상으로 안전간담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했다. 외부전문가는 49개 지역(사업)본부를 돌아가며 총 3260명을 순회교육했다. LH 측은 “2013년 월평균 중대재해 발생이 1.2건으로 지난 5년(2009~2013) 월평균 중대재해 발생 1.4건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14년 5월 현재 월평균 0.4건으로 대폭 감소했다”면서 2013년에 실시한 교육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LH는 입찰 시 가산점 항목에 안전관련 KOSHA 18001(주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인증을 받은 시공사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안전관리를 잘하는 시공사와 우선계약할 수 있도록 공기업 최초로 2014년 계약제도를 개선했다. LH 측은 “2013년 중대재해사고의 90% 이상이 KOSHA 18001 미인증업체에서 발생해 인증 유무가 시공사 및 직원의 안전의식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전사 차원에서 건설안전 실천 UCC 공모전을 개최했다. 안전활동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자료 공유를 통해 현장 근로자는 물론 전 직원의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LH는 앞으로 내부경영평가에 있어 지역(사업)본부별 중대재해 발생률을 고려·평가할 수 있도록 2014년 평가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효율적인 재난사고 초기대응을 위해 실질적 교육·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올해 전국에 중요사업장 6개소를 선정해 지진·화재·건설재해 등을 주재로 재난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지역본부별 재난담당자의 교육과 유사시 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며, 앞으로도 훈련과 감독교육을 통해 재난대응 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영 LH 사장은 “안전에 대해 ‘사전에 대비해봤자 크게 효과도 나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항을 숙지하고, 자신의 일에서 원칙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잘못된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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