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년대 작가」의 작품 그 「붐」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0년대 작가란 오늘의 70년대 또는 그 직전에 등장한 초년생 작가들을 말한다.
지난날의 문학사에서 보자면 이같은 문단초년생들이 그 당장에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 일은 없었다. 작가에겐 연륜이 있고 연륜에 따라 권위와 기득권이 정비례함으로써 초년생들은 기를 못 폈기 때문이다.
그런데 70년대에 들어서자 여러 신인들은 기존의 「룰」과 권위에 도전하며 70년대 문학의 주역자리를 거의 차지할 만큼 일종의 문학「쿠데타」에 성공해 버린 것이다. 황석영 조해일 최인호 김주영 박완서 윤흥길 조선작 한수산 송영 그밖에 상당수의 젊은 작가들이 그들이다.
70년대 문학에서 가장 많은 활동으로 「매스컴」의 지·지와 전파는 물론 영상문화에까지 그 영역이 파급되고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본다면 이 초년생들이 일으킨 문학사적 반란의 전모는 대번에 명백해진다.
『70년대작가』라는 말이 『70년대의 「스타」탄생』같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고 또 그 말 뒤엔 일부 선배작가들에 의해서 『70년대 그 아이들』이라는 다른 못마땅한 대명사가 따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이변이 일어났을까?
문단일각에선 그것을 「새얼굴」을 찾는 「매스컴」의 상업주의적 속성 때문이라고 풀이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첫째로 그 주역들은 출신성분부터가 다른 작가들과 다르다. 문예지출신 작가들이 그렇게도 많건만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거의 모두 다른 관문으로 「데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단편하나를 발표하는데도 남달리 설움을 겪어야 했다. 문예지들은 자기들이 낳은 신인에게만 발표의 우선권을 주었으니까.
그러나 문예지가 문단 「섹트」의 거점이 되고 추악한 감투운동의 사령탑이 되고 있던 상황에서 보자면 이들은 어느 선배의 뜻을 어겨 배신자로서의 보복을 받을 필요도 없이 그만큼 독립적일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같은 상황이 그들이 단시일 안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둘째로 이들은 거의 모두 문학에만 전념하고 다른 직장을 거부했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작가들은 대체로 등단과 동시에 문학과는 관계없는 다른 직장에 얽매이게 되고 따라서 글을 제대로 못쓰는 한심한 역사를 되풀이해 왔지만 이들은 굶든 말든 문학으로만 성패를 가리려는 아집이 있었다.
그 대신 이들은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갈 시간을 벌어들였다.
황석영은 노동판에서 일하며 『객지』를 냈고, 이문구는 변두리 공동묘지이장공사판에 있다가 『장한몽』을 냈으며, 한수산은 이보다 훗날 곡마단을 따라다니며 『부초』를 써냈다.
그리고 기지촌을 헤매던 조해일의 『아메리카』와 송영의 『중앙선열차』또는 아마도 금년 최고의 역작이 될 윤오길의 연작4편 『아홉 켤레의 구두로…』등이 남긴 초년대의 기념 작들은 모두 그 같은 봉급장이로의 안주를 거부하고 문학에만 전력투구한데서 가능해진 산물들이다.
세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거의 4·19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20세 안팎으로 당시의 역사적 물결에 뛰어든 주역들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의식이 10여년 후 70년대에 이르러 문학으로 재현되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에 초년대작가가 부상한 필연적 이유가 있다. 6·25의 아픈 상처를 지니고 등장한 박완서도 같은 경향이며 다만 최인호는 새시대의 감각문학으로 종전의 애정물을 고물상으로 보내 버린데 특징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그들 70년대 작가들이 순수한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문학의 주역구실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은 그들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문학을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데뷔」무렵의 아집이 「샐러리맨」화하는 변모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무엇이 문학의 본질인가를 생각하는 일보다 어떤 작품이 널리 읽히고 많이 팔릴 것인가가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70년대 작가」가 「70년대 대중작가」로 개명되는 전주를 뜻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들이 일으킨 문학「쿠데타」의 부정적 측면이 여기에 있다. 그들이 문학을 다만 하나의 상품으로만 생각하여 많이 파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을 때 그 「쿠데타」는 「문학의 상품화」「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것 이상의 뜻이 없게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