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계간지 『오늘의 문학』 펴낸 부산의 「낙동 문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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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구 2백60만의 대도시 부산. 서울과의 인구 비례로 봐도 문학 전문 잡지 하나쯤은 발행될만하다는 것이 이 곳 문학인들의 공통된 열망이었으나 이제껏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 뜻이 한데 모아진 것이 지난 4월. 원로작가 이주홍씨가 고문을 맡고 수필가 김병규씨(동아대 대학원장)가 회장이 되어 30여명의 문학인이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 수원지에서 잡지 발행을 전제로 한 「낙동 문학회」를 발족시켰다.
이 모임은 우선 회원 구성 면에서 다른 문학인의 모임과는 좀 색다른 점이 있다. 문필인은 물론이지만 문학과 관계되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까지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문학 교수·어학 교수·사학·법학 교수 등도 회원으로 돼 있다.
이 모임의 첫번째이자 가장 중대한 사업은 계간 문학지를 창간하는 일.
그래서 잡지 이름을 「오늘의 문학」으로 결정하고.
지난 5월 주간에 윤정규 (작가) 편집위원에 박지홍 (부대 교수) 최해군 (작가) 서인숙 (수필가) 강남주 (시인) 김중하 (부산대 교수) 김용태 (부산여대 교수) 임신행 (아동 문학가) 이성순 (수필가)씨를 뽑아 본격적인 잡지 편집에 들어갔다.
무려 5개월간의 산고 끝에 지난 10월초 항도 부산에서 고고의 소리를 울린 것이 총 2백51「페이지」의 계간 문학지 「오늘의 문학」이다.
창간호에 실린 『한국의 문화 현상을 비판한다』는 특집 좌담은 문학의 중앙 집중 현상을 날카롭게 분석 비판한 것으로 범문단적인 주목을 끌었으며 「일제하 저항 변론의 표현 형태」「고전 발굴 <난리가>」 한국 소설에 있어서 자유 간접 화법의 가능성 등은 문제성 있는 글들로서 시·소설 등의 문제작과 함께 종합 문예 계간지로서의 성격을 뚜렷하게 했다.
낙동 문학회는 계간지 창간의 중요 의의를 지방 문예 진흥과 이른바 중앙과 괴리된 지방의 능력 있는 필자에게 지면을 제공, 지역 사회 개발에 원동력이 되도록 한다는데 두고 있다.
그것은 창간호의 필자들이 부산·마산·진주·남해 등 이른바 낙동강 문화권에서 골고루 참여했다는 점으로도 입증된다. 「낙동 문학회」는 계간지 발행의 경비를 회원들의 호주머니에 의존하고 있다.
중앙 편중의 문예 진흥 기금에 대한 기대는 물론 본격적인 광고에도 기대를 걸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래서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지만 지난 10월초 창간된 「오늘의 문학」이 뜻밖에도 권당 7백원씩에 서점에서 날개가 돋친 듯 나가고 있어 회원은 물론, 이 지역 문인들이 크게 반가와 하고 있다.
추풍령 이남의 모든 필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추풍령 이남의 독자에게 기대를 안겨주며 부산을 새로운 문화의 핵으로, 삼겠다는 낙동 문학회의 결의는 이 지방 문화의 앞날을 걸머질 역군의 의미를 갖는 모임이라는 것을 확신케 해주고 있다. <부산=강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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