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고율 세계 l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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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은 오늘의 사회 발전을 성취하는데 크게 기여한 반면에 사고로 인한 자산의 손실과 인명의 무의미한 희생을 수반함으로써 커다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 수단을 문명의 이기답게 바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부수되는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와 발본색원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최근 우리 나라의 교통 사고 발생 건수는 연간 6만5천여건으로 해마다 3천5백여명이 사망하고 8천7백여명이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차량 1만대 당 평균 3천4백여건의 사고 기록을 시현, 일본의 약 22배, 미국의 29배, 「스웨덴」의 76배, 영국의 44배로 단연 세계 제l위의 사고율이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 3일 경부선 통복 건널목에서 새마을호 열차와 고장난 시외 「버스」가 충돌, 6명의 사상자를 냈는가 하면, 바로 다음 날에는. 충북 보은에서 또 「트럭」과 「버스」가 맞부딪쳐 6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 같은 교통 사고 원인 가운데는 차량 사정·도로 환경·운수 기업의 경영 체제 등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겹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조건은 어디까지나 간접적 요인에 불과하다. 그 보다는 사고의 직접적 책임자인 인적 요인으로서의 운전자와 사고와의 관계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
전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직업 운전사는 자질이 낮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우선 우리나라 직업 운전사의 배출 과정부터 그럴만한 문제가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버스」「트럭」 등 대형 자동차의 운전사 중 44·7%가 조수 생활을 거쳐 운전 기술을 습득하고 25·8%가 군대에서 운전을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취업하는 운전사들은 운전 기술 자체에는 결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직업인으로서 습득해야 할 윤리관이나 자질에는 커다란 결함이 충분히 예상된다. 많은 운전사들이 신호와 우선 멈춤 등 교통의 기본 수칙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도 순전히 기술 습득 일변도의 배울 과정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운전사의 채용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
고속 「버스」 회사를 제외한 우리 나라 대부분의 운수 회사는 운전사를 단순히 친지의 소개나 기성 운전사의 「스카웃」 방법에 의해 채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 자질의 객관적 판단 자료가 되는 정밀 적성 검사나 그 밖의 자질 검사는 채용 단계에서 전혀 실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서적 또는 감각적으로 이상형 및 준이상형의 운전사도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 교통 사고로 수감된 재소 운전사의 90% 이상이 적성에 결함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고도의 정신적 집중 속에서도 항상 정서적 안정이 요구되는 자동차 운전에 있어 적성의 결함은 결정적인 사고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통 사고의 근원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운전사에 대한 이러한 적성 분석이 먼저 실시돼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분석 자료를 기초로 사고 대책이 수립돼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취업 운전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운수 회사 자체의 교육 제도의 강화가 절실히 요청된다. 현재 운수 회사들은 거의가 기성 운전사를 채용해서 아무런 교육을 시키지 않고 근무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사들은 운전 태도·직장 생활에의 적응력·투철한 책임감등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운수 사업은 국민의 귀중한 재산과 생명을 직접 다루는 공익적 사업이다. 이러한 공익성을 감안할 때 종업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 자체적으로도 규정돼야 한다.
날로 다발·대형화가 예상되는 교통 사고의 방지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운전사의 관리 체계의 확립이 선행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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