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질의 중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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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상임위의 예비심 사가 대체로 끝나가고 있다. 본회의의 대 정부 질문에 이은 상임위 활동으로 이번 98회 정기 국회는 그 회기의 절반이 지났다.
그 동안의 국회 운영은 잠시 공전도 없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국정의 문젯점이 추궁되고 정책의 개선이 촉구되고 각종 부정의 폭로가 잇달았다.
중요 정책 문제로 주한미군 철수·박동선 사건 등 대미 외교, 해외 부문에 기인한 통화 팽창, 중·저소득층의 보호, 사유 재산권 침해, 추곡 수매 확대 등이 제기되었다.
지난 1년간 한미 관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온 박동선 사건 해결 대책에 관해서는 국회본 회의와 외무위에서 어느 때 보다도 밀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러한 국회의 높은 관심 표명이 이 사건의 새로운 외교적 해결 모색의 한 촉진제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인플레」와 과열 투기, 그리고 과도한 금융 긴축의 원인이 되어온 수입 외화의 방만한 규제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았다. 물자와 용역의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수입된 외화가 원화로 전환되어 통화량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리는 사태는 적절히 규제되어야 하겠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선 정부측도 재정과 해외 부문에 역점을 두어 통화 수축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중·저소득층의 과중한 과세 부담이 문제됨에 따라 여야간에 연내 소득세법 개정 원칙이 합의되었고, 정부는 부가세제 운영상의 문젯점을 보완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무쪼록 소득세법 개정 과정에서 봉급 생활자의 조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경감되도록 공제 항목의 확충, 세율의 인하 및 세율 구조의 다단계화가 이뤄지기 바란다. 우리 세제와 같이 소득세의 물가 연동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렇게 매년 소득세법을 고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문제의 제기 못지 않게 이번 국회에선 부정 폭로도 활발했다.
기밀 누설에 의한 대량 토지 매점설, 수개공 부정 사건, 원자로 월성 1호기 도입 「커미션」 유입설 등에 얽힌 의혹 등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개중에는 수개공의 대통령 지시 부정 행사와 같이 검찰 수사에 의해 그 부정이 이미 확인되고 있는 것도 있으며, 조사가 진행중인 것도 있고, 또 사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도 있다.
국회에서 문제됐던 이 모든 의혹 사건은 우선 공정한 조사를 통해 흑백이 가려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 결과 사실이라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되어야 하며,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가 이렇게 관의 비정과 사회의 부정을 문제삼거나, 의혹 사건의 진상을 추궁하는 것은 그 고유 임무에 속하는 활동이다. 의원의 원내 발언에 면책 특권이 인정되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의 이러한 임무 수행을 원활하게 하도톡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더우기 부정을 폭로할 경우에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를 두어 선량한 사람이 쓸데없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남은 정기 국회의 후반 회기에선 문제의 제기 못지 않게 게기된 문제를 국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경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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