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 소득층의 담세 경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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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재무위에서 소득세법의 연내 개정에 합의한데 대해 우선 찬의를 표하면서 이의 조속한 심의 완결을 촉구코자 한다.
소득세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과 부가가치세 실시 등에 따른 각종 부담의 가중을 생각 할 때 정액 소득자의 보호를 위한 세제 지원은 매우 절박한 문제로 등장했다.
「인플레」기엔 정액 소득자가 가장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최근의 집 값 폭동 등의 회오리 속에서 정액 봉급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봉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되었다.
근로 소득의 상승율에 비해 부동산 값 등이 훨씬 높게 오름으로써 당국이 늘 강조해온 중산층 재산 형성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하고 건전한 가계의 유지조차 어렵게 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 소득은 재산 소득에 비해 여전히 중과되고 있어 조세 형평 면에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정액 봉급자에 대한 세금 경감 문제는 다른 모든 것에 앞서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본란이 소득세 문제에 대해 누차 언급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
현재 여야가 소득세의 개정 원칙엔 일단 합의를 보았으나 구체적인 실시 방안엔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간에 의견이 접근된 것은 월수 50만원 이하의 부담 경감에 주안을 두어 교육비 공제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세율 조정과 인적 공제액의 인상 한도다. 세율과 인적 공제액은 세수 문제와 직결되므로 여당 쪽에서 상당히 인색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알만하다.
그러나 명목적인 경감만으로 만족하기엔 정액 봉급자의 「인플레」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부가세의 실시 등으로 역진성의 간접세 비중이 확대되어 응능 부담 원칙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형편이다. 세금의 응능 부담을 위해 종합 소득세제가 실시되고 있기는 하나 여러 명목의 분리 과세가 많고 또 직접세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세 증가가 무차별적인 부담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 세제는 가계에 대한 따뜻한 배려나 중산층의 보호 육성 보다 세수 증가와 징세 편의에 치중된 점이 많다.
또 양성화된 소득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월 소득이 20만원만 되어도 고소득층으로 간주되고 30만원부터는 무서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인적 공제액이 정액제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커버」하기 위한 명목적인 임금 상승에도 호된 세금이 붙는 것이다.
세금의 무거움은 30∼50만원 정도의 중간층에 가장 실감되는데 이들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지출이 있음은 무시된다.
30∼50만원의 봉급을 받으려면 거의 평생에 가까운 사회적 연륜을 쌓아야 하고, 자녀 교육비 등 가장 지출이 많을 때인데 이들을 일률적으로 고소득층으로 간주, 중과하는 것은 가계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중산층의 보호 육성에도 배치될 것이다.
월 30∼50만원선 소득자는 실제 능력 이상으로 무거운 부담을 하고 있는 셈이며 이들에 대한 세금 경감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 못지 않게 시급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월수 50만원 미만 층의 부담 경감과 가계 지출의 가장 경직된 부담이 되는 교육비에 대해 공제제의 신설로 방향을 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소득세로 근로 소득의 중과가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30만원의 배당이나 이자를 받으면 5%의 세금밖에 안 걸리고 주식으로 번 돈은 한푼의 세금이 없지만 월급 30만원을 받으면 소득세만도 3만1천9백원 (4인 가족)을 물어야하고 여기에 방위세·주민세·의료보험·국민 저축 등이 붙어 근 5만원이 원천 공제되는데서 잘 알 수 있다.
근로 소득에 대한 상대적 중과를 줄이려면 세율 단계의 세분화와 세율 인하가 시급하다. 만약 소득세를 대폭 경감하면 1천억원에 가까운 세수 결함이 난다고 하여 여당에선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데 내년의 총 조세 부담 3조6천8백40억원이 결국은 이들 가계에서 모두 부담된다는 점에서 1천억원 정도의 경감에 그토록 인색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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