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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의 여성취업인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 전체 근로자의 10·3%에 이르는 다수의 노동인구가 술집·다방·음식점 등 비생산적인 유흥접객업소에 편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사회적 함축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유흥접객업소 종사자의 70% 이상이 20세 전후의 미성숙 여성군상임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이 시급하다 아니할 수 없다.
유흥접객업소의 범람과 그 종사자들의 증가는 말할 것도 없이 낭비적이고 환락적인 환경, 그리고 인력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에 빚어진 지극히 불건전한 사회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경제발전단계에서 볼 때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발전해감에 따라 자연히 3차 산업인 「서비스」분야가 늘어나게 마련이긴 하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아직도 2차 산업으로 이행해 가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3차 산업분야, 그 중에도 특히 유흥업계의 과도한 팽창은 조금도 정상적일 수가 없다. 요정·「바」 등 유흥접객업소는 근검절약하고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정당하게 받는 보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드나들기가 어려운 곳이다.
이런 점에서 유흥가가 번창하는 이면에는 아직도 폐습과 부조리가 남아있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팁」을 마구 뿌릴 수 있는 계층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종업원의 대부분은 먹고 입는 기본생활의 해결을 위해, 또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지방도시로부터 멀리는 벽촌·낙도에서 대도시로 몰려든 군상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유흥접객업소 종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막연한 구직길이나 꿈을 안고 가출했다가 「검은 악의 손」에 빠져 어쩔 수없이 유흥가로 전락하는 공통된 경로를 밟게 마련이다.
때문에 비생산적인 유흥접객업소에 편증된 근로인구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을 생산대열에 참가시킬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껏 우리 나라는 여성인력의 수급계획은 물론, 직업훈련을 통한 기능습득의 길이나 여성의 능력개발에 대한 계획이 전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성의 정상적인 취업기회는 막히다시피 돼있다.
물론 근자에는 각지의 공단 등에 적지 않은 수효의 여성근로자가 취업하게는 되었지만, 그 대다수는 격무와 저임금,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리고 남성근로자에 비해서도 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임금 면에서 보면 여성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만7천5백원으로 남성 평균임금의 54·1%에 불과하다. 공단의 여공들은 「공순」이란 이름으로 천시 당하며, 하루 최고 18시간 이상 뼈를 깎는 일을 해도 인간다운 처우가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유흥가는 비교적발을 들여놓기가 쉬울 뿐 아니라 웬만한 요정이나「바」는 심신이야 어찌됐든 공단여공의 임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수입이 일단 보장된다.
유흥가의 「팁」은 최고 5천원으로 상한선을 그어 놓았지만, 「살롱」의 「팁」만도 1만원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많은 여성들이 가출 가정부·여공 다방 술집으로 이어지는 전락의 길을 걷는데는 이처럼 유흥업소에 그럴만한 특유의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유흥가에는 이제 고등교육을 받은 계층의 여성들까지도 흡수돼 가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전체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인력의 건전한 활용은 국력신장과 사회발전과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경제개발계획에 여성노동력과 여성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을 찾아 넣고 여성이 남성보다 작업능력을 더 우수하게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장되다시피 하고 있는 여성노동력에 대한 사회적 흡인력을 키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함께 사용자측에서도 여성을 고용한 후 가르치고 훈련시켜 한 사람의 능력인으로 이끌어주어야 하겠다는 진지한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여성근로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나 방관은 이들이 내일의 우리국가를 짊어지고 나갈 2세들의 어머니들이라는 점에서도 깊은 정책적 배려가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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