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국군장병 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군사분계선 남방 비무장지대에서의 국군장병 2명의 피납 사건은 북괴의 침략근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북괴는 이미 휴전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만6백여 건의 휴전협정 위반행위를 저질렀지만 이번의 납치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특별히 주목된다.
유운학 중령은 휴전이후 납북된 가장 고위급 일선 지휘관이라는 점, 북괴가 현장공격 보다는 납치전술로 나왔다는 점,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괴는 「자진월북」운운의 허위선전을 일삼고 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유 중령과 오봉주 일병이 강제로 납북되었다는 사실의 정황증거는 이미 너무나 뚜렷하다. 그들의 생활기록이나 복무기록 내지는 현재의 상황 등이 그것을 밝혀준다. 사랑하는 가족과 원만한 공생활과 촉망되는 장래를 내팽개치고 불시에 월북, 도주해야 할 하등의 객관적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두 장병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던 장소 부근에는 북괴병 5∼6명의 매복했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미리 준비된 계획에 따라 현장에 잠복하고 있다가 두 사람을 납치해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정황증거는 바로 북괴의 태도 자체에 있다. 그들이 만약 진정으로 책임이 없다면 무엇이 두려워 「자유의사 확인」제의에 응하지를 못하는가. 정말로 강제로 납치하지 않았다면 우리측의 제의에 떳떳이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죄 없는 자는 항상 사실을 드러내려 하고, 죄 있는 자는 그것을 굳이 감추려고 애쓰는 법일진대, 북괴의 「확인제의」거부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기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북괴가 이번 사건에서처럼 국군고위장교와 병사를 납치하여 이를 허위선전과 대남 교란공작에 악용하려는 악랄한 수법으로 나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발전술의 하나로서 주목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북괴가 대남 혼란선동과 파괴활동을 고취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전술이나, 이러한 폭력적인 범죄행위를 국군장병에 대해서까지 자행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이 종래에 하던 대로 두 장병을 현장에서 살해하지 않고 굳이 납치해 다가 허위선전에 악용하려 했다는 것은 분명히 계산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는 북괴의 전술이 직접적인 무력행위 못지 않게 장병들에 대한 심리전 전술에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는 사건이라 함 수 있다. 이점 우리측의 각별한 대책수립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라 하겠다.
그러나 북괴가 군사분계선을 월경하여 남쪽 비무장지대 깊숙이 침투, 우리측 장병을 납치해 갈 수 있었다는 경위자체도 우리의 안보대책상 중요한 문제점으로 드러낸 것으로 깊은 반성과 책임추궁이 없어선 안될 것이다.
특히 비무장지대 안에서의 직무수행도중 장교 한 사람과 병사 한 사람이 그토록 아무도 모르게 무참한 변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각별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만 할 일이다.
이런 변을 당할 때마다 거듭 새롭게 되새겨지는 바이지만, 안보는 난을 당하고 나서의 격퇴능력 강화 뿐 아니라 아예 난이 못 일어나도록 예방하는 완벽한 억지력과 대비태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