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와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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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암에의 공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새로운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잇따르는 새로운 공포들에 대한 실망이 더욱 큰 것 같다.
화학자들의 집계에 따르면 해마다 전세계에서 암으로 죽는 사람은 무려 6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 서울의 인구 만한 숫자다. 미국의 경우는 1분30초마다 1명씩이 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결코 희망적인 통계는 없다. 약 10만 명의 환자가운데 40%의 사람들이 해마다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암의 발생에 관한 견해는 아직 제설이 분분하다. 그러나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암의 대부분이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학자에 따라서 그 영향 도를 60%내지 90%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을 통해 먹고 숨쉬는 가운데 화학 성 발암물질이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의 어느 의대교수「팀」은 도시의 공기에도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었다.
식품의 경우, 자연식 아닌 인공식품들은 한결 발암성의 요소가 많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우유나「비타민」C·신선한 야채 등 이 암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변화와 행복을 구가하는 문명의 산물들이 소리 없는 전쟁처럼 인류의 생명을 끝도 없이 앗아가는 것은 여간 역설적이 아니다.
최근엔 병을 그치는 의약품에서조차 발암 물질이 발견되었다.
일본의 후생성은 「아미노피린」이라는 약재가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음을 밝혀 내고 판매를 명령했다.
「아미노피린」은 무려 1천 여종의 의약품에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특히 진통과 해열제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물론 감기 약이라는 이름의 진통제 등에도 쓰이고 있다.
그「아미노피린」은 먹으면 위 속에 있는 아 질산과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켜「디메칠·나이트로소아민」이라는 물질로 바뀐다. 바로 이것이 발암성 물질로 의심을 사고 있다.
아 질산은 야채 등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인체에 흡수되면 식후 3시간 동안 위 속에 머무른다.
따라서「식후 30분 복용」의 습관에 따라「피린」계의 약을 먹으면 발암 작용은 한결 더 촉진될 위험도 있는 것이다.
새삼『자연으로 돌아가라』는「루소」의 말이 생각난다. 문명은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베풀지만, 그것에 대한 인문의 보상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무위하게 목숨을 바쳐야 하는 보상이라면 차라리 자연에의 복귀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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