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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왜 뜻밖의 수상자가 나올까|정종화<고대교수·영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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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래「스웨덴」의 과학자「알프래드·노벨」이 자신의 이름을 만 세계에서 가장 액수가 많은 상을 개 정했을 때 그는『인류를 위해 가장 위대한 공헌을 한 사람』을 선정할 것을 미리 작성한 유서에서 밝혔다.
이러한「노벨」의 유서를 존중하여「스웨덴」한림원은 5명의 의원을 지명,「노벨」문학상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이 위원회는 매년 5, 6명의 후보를 선정하여 한림원으로 남기고 있다. 그러면 한림원 회원들은 여름 내내 추천되어 온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가 9윌 중순부터 매주 목요일 하오 5시에 만나 읽은 작품을 토론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원문으로 작품을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원문을 읽을 수 없는 경우는 서구어로 나온 번역판을 모조리 동원하여 원작의 정신을 가능한 한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8년 일본의「가와바다·야스나리」경우는「스웨덴」어·영어·불어·독일어 번역만을 회원들이 번갈아 읽은 다음, 일본 문학전문가 6명에게서 20∼30「페이지」에 걸치는「가와바다」연구비를 받아 내는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최종 결정 날짜가 정해지면 한림원 회원 18명이 모여(현재는 3명 결원으로 15명)투표에 들어가는 데 수상자는 반수 이상의 표를 얻어야만 된다.
「오이켄」의「노벨」문학상 수상은「넬리·작스」「그라지아·델레다」「폴·하이제」「카를·스피텔라」「하리·마르틴손」「슬리·프루듬」같은, 이제는 완전히 잊어 버려지고 있는 작가들에게 수상된 예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문학상을 평가절하 하는 결과를 빚었다.
그렇다면「노벨」문학상의 맹점은 어디 있는가.
「톨스토이」「입센」「졸라」「스트린드베리」「프로이트」「고트키」「프루스트」「콘라트」「헨리·제임즈」「릴케」「초이스」「발레리」「로렌스」「체홉」「카프카」같은 대가들이 제외된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솔·벨로」가 지명됐을 때 그는 수상을 거부함으로써「노벨」상에서 소외된 이러한 대가들의 대열에 낀 것을 신중하게 고려했을 정도로, 이 가장 상금이 많은 문학상의 권위가 불신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의「스웨덴」문학 전문가「마이클·메이어」같은 비평가는 한림원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는「노벨」문학상 위원들의 자질을 그 중요 원인으로 들고 있다. 현재 15명의 한림원 회원은 8명의 소설가와 시인, 6명의 대학교수 외에 1명의 판사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이 고령으로 문학에 대한 이해가 신축성을 띄기보다는 고정되고 한정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한림원 회원인「마르틴손」과「욘손」이 74년에 수상된 경우에서 이들의 제한된 비평안이 유사 철학적인「포즈」에 말려 간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또「그레이엄·그린」이「만년후보」로 오르는 이유나「마크·트웨인」이「노벨」문학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한 이유가 모두 문학의「재미」가 오락물로 이들 의원들에 의해 오해된 데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노벨」문학상 위원회는 역사물 내지 대하 소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다. 「시엔키에비치」의『쿠오바디스』나,「골즈워디」의『프사이트·사가』나, 「펄벅」「대지」』가 이러한 면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림원 회원들의 제한된 문학관이외에도「노벨」의 유서 자체가 그의 문학상을 내용적으로 극히 제한시키는 심각한 문체가 남아 있다.『인류를 의해 가장 위대한 공헌을 한』『이상적인 경향을 띈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의 시비에 대해 일치하는 견해는 비관적인 작품이 제외된다는 사실이다.
「졸라」의 자연주의적인 인생관이나「하디」의 숙명론이「노벨」의「이상적인」이념에서 결격사항으로 나타난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우리는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발표와 함께 기대와 흥분과 상업정신에 등 요 되는 자세를 지양하고, 보이지 않는 폭약과 연기 뒤에 드러나는 작가와 작품의 정체를 바로 볼 줄 아는 침착한 비평적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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