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자료 1만점 고려대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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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인 소정(小丁) 이문영(李文永.76) 고려대 명예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민주화운동 관련자료 등 1만여점을 2일 고려대에 기증했다.

李명예교수가 기증한 자료는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저서와 개인기록.서화류 등 세 종류다.

민주화운동 자료는 74년 유신시절부터 최근까지 기록한 파일 형태의 일기장 39권, 76년 3.1 민주구국선언 성명서 원본, 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낸 11건의 비밀문서, 79년 YH사건.80년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관련 자료 및 재판 기록, 86년 개헌촉구 선언과 87년 고려대 교수 시국선언문 등이다.

개인기록.서화류에는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 조선 말 이조판서를 지낸 윤용구의 글씨 2점, 윤보선.김대중.함석헌 선생의 휘호 등이 포함돼 있다.

李명예교수는 이날 기증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제자들에게 '공부가 제일이 아니다. 행동하고 여력이 남으면 공부하라'고 가르쳤다"며 수사관의 눈길을 피해 화장실에서 일기를 써 장독 속에 숨겨 압수를 모면한 일화 등을 소개했다.

고려대는 李명예교수가 기증한 자료를 2005년 완공되는 고려대 1백주년 기념관에 전시하고 열권 분량의 李명예교수 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기증식에는 한완상 한성대 총장.한승헌 전 감사원장.시인 고은씨.고 문익환 목사 부인 박용길씨.예춘호 전 국회의원과 임채정.설훈.정세균 의원 등이 참석했다.

李명예교수는 3.1 민주구국선언 관련 등으로 세차례에 걸쳐 4년6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고려대 교수 재직기간 33년 중 세 차례에 걸쳐 9년5개월간 해직된 바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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