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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과 어류의 오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제 우리는 천연식품조차도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식품공해의 바다 속에서 살고있음이 속일 보도되고 있다.
참깨·고추·땅콩 등 농작물에서 인체에 해독을 끼치는 「카드뮴」·납 등 중금속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에 이어, 이번에는 또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병어·문어·바다뱀장어 등 어류에서까지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하는 농작물과 어류가 이렇듯 하나같이 유해물질에 오염돼가고 있다는 것은 국민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서 실로 우려스런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작물과 어류가 중금속물질 등에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국립보건연구원의 보고로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전기보고서에 나타난 농작물과 어류의 오염도도 아직은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종전까지 몇 차례 조사에서 나타난 농작물의 중금속 오염현상은 주로 한강 물을 직접 농업용수로 쓰는 김포평야 등 특정지역에 국한했었다. 기형어가 잡힌 수역도 한강일대와 몇몇 공업단지 인접 내수면 이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농작물의 오염범위가 도촌의 구별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어류의 오염도 내수면에서 연안바다로까지 넓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심상히 넘겨버릴 사태가 아니다.
「카드뮴」과 수은·납 등 중금속물질과 어류에서 검출된 질산 「아민」류의 발암성 물질은 비록 미량이라 하더라도 그 높은 농축배율의 원리에서 볼 때 마치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결국에는 집적으로 인한 피해를 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본 태본 및 신석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미나마따」병과 「이따이이따이」병 사건도 모두가 이같은 중금 속 오염의 집적으로 인한 무서운 결과를 말해주는 좋은 본보기였었다.
이들 유독 물질은 말할 것도 없이 산업공장의 폐기물 및 차량의 배기「가스」 등으로 배출되거나 인위적으로 첨가돼 토양과 수질을 더럽히고 거기서 생산되는 식용물을 오염시킨다. 이는 또 인체에 부지불식간에 섭취·축적되어 마침내 가공스런 부작용이 현재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금속물질과 질산 「아민」등은 물과 토양의 오염으로부터 식물연소를 통해 동식물에 농축되기 때문에 발생원을 확연히 구별하거나 추적하기도 매우 어렵다.
일본의 「미나마따」병이나 「이따이이따이」병도 그 원인을 구명하는데 자그마치 14년이나 걸렸다.
그러므로 이같은 식품오염의 문제는 그 발생원의 배출기준을 개별적으로 아무리 엄격히 규제한다 해도 강제력으로는 막기가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전체의 책임으로써 환경을 오염으로부터 수호한다는 부단한 자각과 근원적인 봉쇄 대책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공장의 폐수처리 시설을 비롯한 치밀한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그 모든 것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인상마저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농작물의 오염방지를 위해서는 공해의 원인이 되는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퇴비와 같은 유기물 자연비료의 사용과 천적의 보호개발을 토대로 하는 이른바 자연농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무공해농사법은 미국에서도 최근 「J·I·로데일」에 의해 시작돼 큰 인기를 끌고있다. 「프랑스」·「스위스」·일본 등지에서도 차차 이 농법을 채택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농법은 수년간의 경과기간만 지나면 증산면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우리는 이제 눈앞에 닥친 식품공해의 위협에 대처하여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앉도록, 또 태동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환경보전법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게끔 새삼 범국민적 각성을 일으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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