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29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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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국 29년의 우리 국군사는 공산 침략자들과의 투쟁의 역사였다. 그 투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선 더욱 고조되어가고 있다.
북괴가 대남 적화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국군과 국민의 이 피나는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운명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주한 미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 방침으로 인해 우리의 힘으로 대공 투쟁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리의 투쟁 역량은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과 국민의 단결 등 국력의 총체로 이뤄지는 것이겠으나, 역시 그 핵심은 군사력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의 위험스런 대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불안 없이 생업에 종사하고 발전의 기틀을 잡은 것은 우리의 군사 방위력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방위력은 우리 국군과 주한 미군의 군사력 및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중 주한미군의 주력인 미 지상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할 계획 이어서 우리 국군의 책임은 가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군 철수가 진행될 앞으로 4, 5년간은 우리 국군이 질적 혁신을 이륙할 최후의 기회라 하겠다.
현존 남·북한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국내외에 상당히 평가의 진폭이 있는 듯하다. 자신감을 표명하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스틸웰」 전 「유엔」 군사령관이나 「싱글러브」 전 참모장 같은 군사 전문가의 반대되는 견해도 있다.
군사력을 비교하는데는 병력·전투 편제·장비 등의 양적 비교만으로는 부족하고, 병사의 전쟁에 대한 동기와 사기·국민 인구를 기초로한 통일된 반응·후방 지원 능력·정보나 통신의 질·지휘관의 기량도 비교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약 사항들을 두루 고려치 않고, 피상적으로 군사력의 양적 비교만을 하는 경우 우리에겐 많은 노력이 요청된다는 평가가 나오게 마련이다.
지상군의 병력은 우리가 많지만, 작전 부대의 사단수는 그렇지 않다.
기갑과 화력을 중시하는 북괴군은 그 면에서 양적으로 우세하다. 최근 「유엔」사의 정보로는 북괴군이 「탱크」 1천9백50대·장갑차 7백50대·야포 3천문·대공무기 5천5백개·방사포 1천3백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괴 공군의 전투기 및 폭격기 6백55대, 잠수함 12척을 포함한 해군 함정 4백50척도 숫자상으로는 많은 것이다.
그러나 국군의 기갑 전력도 새 전차의 보강과 함께 보유 전차의 성능 개량으로 크게 증강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더구나 「토」 대전차 「미사일」과 대전차포의 배치는 적전차의 위력을 대폭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공군의 경우에도 전투기의 양적인 열세를 우리 보유 기종의 우수한 성능과 공군 조종사들의 기량 및 미 공군의 지원으로 「커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해군 함정은 척수가 적은 반면 배가 커 내해성이 강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대잠초형기와 초계정이 증강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현저한 경제 성장은 방위 능력을 더욱 충실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 기반이다. 이제 우리의 방위 산업은 경제성이 적은 전투기를 제외한 모든 군장비를 양산할 체제를 갖추었다.
우리보다 먼저 군수 산업을 시작한 북괴도 「탱크·장갑차·구축함」 등을 생산한다 하나, 군수 생산의 기술적·양적 신장도에 있어 도저히 우리를 따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4, 5년을 우리가 잘 활용하면 우리 국군의 전력은 무난히 북괴를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건군 29년을 맞은 우리 국군이 장비의 현대화, 실전과 같은 훈련, 전술 개념의 토착화, 사기의 극대화를 통해 「상승 국군」·「국민의 신뢰받는 국군」의 전통을 드높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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