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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대표의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철승 신민당대표최고위원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전반에 관해 그의 소견을 밝혔다. 이번 회견은 여느 때에 비해 국내정치를 많이 다루고 있으나, 그 전반적인 기조는 정치 경제 등 국민생활의 제부문을 보다 활성화하자는 것인 듯하다.
이번 회견에서 개진된 이대표의 여러 지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한미관계에 있어 지엽적인 문제가 쌓여 본질을 변질시킬지도 모를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은 국민 일반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와 그에 따른 제반 보완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미묘한 시기에 박동선사건의 열기가 높아졌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또 자국민을 인도하지 못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이 백번 옳은 것이지만, 그것이 미국에서는 박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듯하니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제의한 이 사건에 대한 국회의 독자적 조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씻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내년과 후년이 선거의 해인 이상선거 제도를 고쳐야겠다는 주장이 제기될 만도 하다.
선거제도를 어느 정도 개혁하느냐는 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될 일이겠다. 다만 적어도 국회의원선거법 중 인구격차가 5배나 되는 불합리한 선거구획정만은 헌법 제9조의 평등권보장 정신에 비추어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법원이 불평등한 인구비례의 선거구 획정을 평등의 원칙위반으로 판시한 것이나, 서독의 입법과 판례에서 선거구인구의 최대편차가 3분의1을 넘으면 위헌으로 보는 것 등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국회의원수가 크게 늘지 않도록 인구가 많은 선거구의 분할뿐 아니라 적은 선거구의 폐합도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97회 임시국회에서 여야만장일치로 채택된 시국수습을 위한 대 정부건의의 실천도 의당 제기될만한 것이다.
이 건의의 내용은 4가지였지만, 그 중 당면과제는 긴급조치위반자의 석방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여야가 모두 서방이라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는데도 「개전의 정」을 표현하는 방법 때문에 그 실현이 가로 막혀 있다.
모든 요식행위가 원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볼 수 있다면 피차간 기술적인 묘를 발휘하여 요식상의 난점을 풀어 시국수습건의의 정신이 실현되도록 해야하겠다.
이와 함께 이미 재작년 2 15조치 등으로 형 집행 정지된 석방자들도 현재의 애매한 법적 신분을 벗어나 국민적 전진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면 등의 후연 조치를 강구하는 길도 고려되어야 하겠다.
이밖에 부정부패의 근절, 사유재산권의 보호, 저자금 해소 및 근로자의 후생복지향상 등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일반의 느낌을 대변하고 있다. 또 물가고와 부가가치세 실시에 따른 여러 문제에 대한 주의환기도 야당당수로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일 것이다.
공식적으로 8윌 말까지 소비자물가가 9 5% 인상됐다고는 하나, 생필품 값의 인상으로 인해 서민대중의 가계 핍박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체로 이번 야당대표의 의견 개진 중에는 원칙적인 대목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와 여당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요청된다.
그리고 야당도 말로써 표현된 야당의 의견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말만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당적 활동이 모두 이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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