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4호선 지진에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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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하루 4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의 지진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진(耐振) 기능이 없어 지진이 발생하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보강 공사를 더디게 하고 있다. 열차 추돌과 신호기 고장이 잇따른 가운데 또다시 지하철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4호선 전체 구간(146.8㎞)의 36%에 해당하는 53.2㎞가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진 성능을 평가했다.

 내진 설계가 부실한 이유는 1~4호선이 착공 또는 개통할 시점(1호선 착공 1971년, 4호선 개통 93년) 내진 설계 기준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2005년 지하철을 포함한 도시철도가 규모 5.7~6.3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처음 기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지난해부터 내진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구간은 2호선 신림~신대방, 4호선 당고개~상계 등 4개 구간 3.3㎞뿐이다. 여기에만 470억원이 들었다. 2016년까지 83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 김광흠 홍보차장은 “전체 공사를 위해 3220억원 이 필요해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0억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서울메트로는 기본적으로 서울시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이어서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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