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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믿음」과「현실」의 융합…"교회도 기업처럼"|인기 속에 번성하는 미국의「드라이브·인·처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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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간다.
공장의 직공이나 평범한「샐러리맨」이나 가게를 하는 사람이나 식당의「웨이터」나 너나 할 것 없이 교회로 모여든다.
이들은 자유분방했던 지난 1주일간의 생활을 되새기며 잘못이 있었다면 신의 용서를 빌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더 많이 분발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원한다.
불과 2백년전의 역사밖에 없는 미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질서 있고 부유한 나라로 만든 정신적인 지주」는 역시 교회였다.

<편리한 교회 시스템>
잘났건 못났건, 잘사는 사람이건 못사는 사람이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들 모여든다.
온갖 휘황찬란한「쇼」와 음악을 들려주는 대TV방송국들도 일요일 오전만 되면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방영한다.
주말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인근 교회를 찾아가고 교회에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설교를 듣는다.
이렇게 교회가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천하고 생활관습이나 사고방식이 점점 더 자유스러워지자 교회의「스타일」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말하자면 신앙을 갖는 목적이나 사회의 기능, 심지어는 예배보는 양식 등 이「현대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의 물결을 일으킨 곳은「캘리포니아」주「가든그로브」시에 있는「가든그로브·커뮤니티」교회.
유명한 로버트·슬러」목사는 22년 전 이 교회를 처음 창립하자마자『교회도 기업이다!』라고 공개 선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교회를 장사 속으로 세웠단 말인가?』사람들의 질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빗발치는 질문에 대해「슬러」목사의 대답은 태연했다.

<연인끼리 껴안고 기도>
『물론 그렇습니다. 목사도 여러분과 똑같이 먹고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교회에 더 많은 교인이 모여들고 더 많은 현금을 거두어야 합니다. 이상한 것은 날이 갈수록 「슬러」목사의 이 같은 교회운영방침을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이해하고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슬러」목사는 말로만 떠들지 않았다. 그는 갖가지「사업적」인「아이디어」를 짜내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교인과 헌금을 모을 수 있는가를 궁리했다.
그가 맨 먼저 실천에 옮긴 교회현대화「아이디어」는「드라이브·인·처치」(Drive-in Church)였다.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교인들이 자동차를 몰고 와서도 차안에서 그대로 예배를 볼 수 있게 하는「아이디어」였다. 이 구상은 1백%의 효과를 나타냈다.
자동차천국인 미국엔 곳곳에「드라이브·인」극장이 있어 연인끼리, 또는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차 속에서 영화를 보는 곳이 많다. 「햄버거」집도 자동차를 몰고 오기 때문에 주문하면 그대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러한 편리한「시스템」을 교회에 도입한「슬러」목사의 인기는 대단했다.
교인이 1만 명에 육박하자 그는 2년 전 2천만「달러」(1백억 원)를 들여 완전 유리로 된 11층 높이의 초현대식 교회건물을 새로 지었다.

<백만 명 이상이 시청>
그가 설교하는 모습은 교회당 안에 있는 신자나 잔디밭에 있는 신자나 자동차 안에서 예배보는 신자가 모두 볼 수 있으며 TV를 통해 매주 1백만 명 이상이 시청을 한다.
「슬러」목사는 교회 안 곳곳에 재떨이를 설치했다. 예배 중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었으나 예배보기 전이나 직후엔 흡연 가들이 연기를 뿜어 댄다.
그는 설교 도중『네 이웃을 알라』면서 앞뒤 좌석에 앉은 사람들끼리 일제히 악수를 나누도록 해서 교회 안은 삽시간에「하우·아유」의 합창과 웃음바다가 된다.
교인들은 목사가 우스운 얘기를 하면 깔깔대고 박수를 처대며 요란하다가도 기도시간엔 쥐죽은듯이 엄숙해진다.
자동차 안에서 예배보던 한 남녀는 아예 서로 껴안은 채 기도를 하고 있고, 예배보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하면 모두가 손을 흔들며 즐거워 들 한다.
「스포츠·카」를 타고 왔다가 차 속에서 10분쯤 예배를 보던 한 청년은 급한 약속이 있는지 먼저 차를 몰고 나가 버리고, 한「틴·에이저」「커플」은「오토바이」를 탄 채 예배를 보고 있다.
복장도 가지가지다.「넥타이」를 맨 노신사가 있는가 하면 기름 묻은 작업복차림의 기술자도 있고「핫·팬티」에「노브라」여자들이 도처에서 보인다.
누가 이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모인 곳을 교회로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슬러」목사의 설교는 놀라는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여러분은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시오. 나는 신앙을 파는 배우이고 기업인이 올 시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그의 교회는 연간 예산이 2백만「달러」(10억 원)고 매년 1천명이상의 새 교인이 모여든다.
2개「블록」을 완전히 터서 1천5백대의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도록 했지만 벌써 자리가 좁아 고민이다.
이 교회엔 또 항공사 앞에나 있음직한 안내「센터」가 있다.
1백50명의 교회직원들이 안내「센터」에 몰려오는 수많은 신앙 초신 자들의 질문에 친절한 답변을 해준다.
7살 난 꼬마가 엄마 손을 이끌고 안내「센터」에 와서『하느님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질문하면『하느님은 항상 우리 꼬마의 곁에 계십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성경그림책이 선물로 주어진다.
『「호텔」방에서 성경책을 훔친 것도 죄가 되나요?』

<사회적 교회기능 확대>
우울한 표정의 어느 우직한 청년의 질문에 대해 안내원의 답변은 간단하다.『성경을 가까이 하려고 마음먹은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훔친 행위는 죄입니다. 어서 그 책을「호텔」에 돌려주시고 이 성경책을 쓰십시오.』
청년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성경책을 받아 들고 돌아서려 하자 안내원이 한마디 덧붙인다. 『5「달러」입니다.』
미국 사람 치고 누가 이렇듯 편리하고「현실적」인 교회「시스템」을 싫어할까?
교회의 기능이 믿음 하나뿐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게 이 교회의 주장이다.
모이는 사람들에게 믿음도 주고, 또 그들끼리 서로 교환하면서 견문과 지식을 넓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그룹」을 지어 같이 어울리게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회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신앙 때문에 위선하지 말고 현실 그대로를 인정하자. 그리하여 모든 교인, 나아가서는 모든 시민들의 자유를 절대로 구속하지 말자』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정녕 위대한「아메리카」를 창조해 나가는 요체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글=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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