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6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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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편엽서는 왜 그만한 크기여야 할까? 책의 국판형은 세로와 가로의 비율이 왜 그만해야 할까?「미로」의 조각「비너스」상은 왜 우리의 눈과 마음을 그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해줄까? 고대「그리스」의 신전.「파리」의 개선문은 언제 보아도 품위와 위엄이 있다. 왜 그럴까?
독일의 미학자「자이징」은 19세기에야 비로소 이 모든 의문에 하나의 해답을 내놓았다. 1대 l·61803398875…의 황금분할 비를 찾아낸 것이다.
가령「파리」의 개선문은 탑의 높이와 문의 높이에 있어서 8대5의 비율을 이룬다. 이것은 l대1.6의 비율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모든 구조물이나 작품의 구도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조화는 1대1·618…의 황금분할 비에 따른「시메트리」(균정)를 이루고 있을 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르네상스」기엔「볼로냐」출신의 수학자「파치올리」사제도「황금분할」의 미감을 이미 자연의 세계에서 찾아낸 일이 있었다. 나무의 잎사귀·갖가지 열매들의 모양·조개껍질·세포의 성장까지도 그 황금분할 비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조화에 경탄한 그는「신성비례」(divine proprotion)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하늘이 내려 준「조화의 비」로 생각한 것이다.
놀라운 일은 고대「그리스」의 고전이나「이집트」의「피라미드」등 이 황금분할의 원칙 (?)에서 빗나가지 않은 사실이다. 그 시대인의 심미안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고대인들의 눈은 그만큼 안정감과 균형감각에서 뛰어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황금분할의 미는 중국의 고 건축·회화·도 자 등에 대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시 일본의 법륭사나 사천왕사, 금각사 등의 건축양식도 모두 이 비율에 맞추어져 있다 한다.
「비너스」상의 경우 모든 면면이 8대5 혹은 3대5의「시메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황금분할의 수식이 또 한 단계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런 비례는 결코 우연의 소산은 아닌 것 같다. 미학자들은 필경 아름다운 조화의 척도는 인간 자신의 모습에 있으며, 따라서 인체구조가 황금분할의 기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그「황금분할」의 미감이 바로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 건축가는 신라전성기인 7세기 때 작품인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 경주의 석굴암 등에서 그 분할 비를 발견했다.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인간의 미적인 감각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그 바탕에 있어서는 일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선의 추구, 미의 안목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심성인 것에 새삼 감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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