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수렵도서 화재 착상|청·회색 추상화 30여점 선뵈|구상 계열로 첫발… 초현실적 추상에 심취|데뷔 16년만에 첫 신인전 갖는 유희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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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기 작품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어쩐지 진통과 고뇌를 남에게 송두리째 드러내는 것 같아 쑥스러워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74년 국전에서 추상 작품 『부활』로 대통령상을 탄 서양화가 유희영씨(38)가 첫 개인전을 코(신세계미술관 13∼18일)앞에 두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그룹」 전에도 별다른 활동을 해 오지 않았지만 국전 2차례 문공부 장관상 여러 차례의 특선이 그의 경력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61년 서울대 미대 4학년 재학 중 첫 특선으로 화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유씨는 당시만 해도 추상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점차 입체적인 경향을 거쳐 요즘에는 초현실적 추상 세계에 심취하고 있다.
『추상이란 대상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지」표출 작업이므로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요. 그런 만큼 매력을 느낄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다. 젊은 작가들 중에는 전위나 모험을 좋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만 맹목적인 추상은 곤란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작품전에는 고구려의 수렵도나 고분 발굴에서 「이미지」를 얻어 현대의 추상적인 기법으로 표시한 30여점이 전시된다. 달리는 짐승들을 향해 투창을 던지는 듯한 「이미지」나 짐승들이 난무하는 듯한 화면에서 경쾌한 감흥을 받는다.
색조는 원래 고분의 황색 주류에서 벗어나 청색과 회색을 많이 써 고분의 신비로움이 강조되고 있다. 유씨는 현재 경희대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전 추천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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