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조국의 염원 서라벌이 자리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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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주 남산 기슭에 삼국 통일의 얼을 기려 이어받기 위한 새로운 명소 통일전이 세워졌다.
민족 문학의 금자탑을 이룬 신라 통일의 위업을 본받아 오늘의 염원인 남북통일에의 의지를 다지는 또 하나의 성전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7일 준공식을 가진 통일전은 바로 『전통 문화의 창조적 개발』이라는 국가적 문화 정책을 최초로 구현시킨 작품 1호. 약6억5천만원으로 13개월만에 완공했다.

<6억5천만원 들여>
2만평의 경내에 본전을 비롯한 6동 3백33평의 건물과 4기의 기념비 등을 갖췄다.
고증이 가능한 신라의 건축양식을 최대한으로 살려 건물을 꾸몄고 신라 때의 고유색을 재현키 위해 건물 외부에는 단청도 하지 않았다. 전체 건축 양식은 회랑과 내·외삼문 등을 가진 불교의 호당 양식. 특히 본전과 내·외삼문 등의 주건물에는 그 동안의 안압지·황룡사터 발굴에서 밝혀진 옛 신라 건물 구조를 되살려 배흘림 기둥·서까래 끝의 각종 무늬 기와 부착·팔자 포작 등을 사용한 게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장대석으로 가지런히 쌓은 1천5백평의 푸른 연못이 가로 박는다. 이 연못을 오른쪽으로 끼고 올라가면 통일전의 정문인 「흥국문」(14평).
삼국 통일로 나라를 흥하게 한 신라의 역사적 위업과 힘차게 뻗어 가는 새 한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문이란 뜻으로 그같이 명명했다.
문을 오르내리는 계단과 앞면의 석축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그대로 본 따 만들었고 현판 글씨는 서예가 최정균씨가 썼다.
흥국문을 들어서면 넓은 정원이 보도 좌우로 전개된다. 왼쪽은 통일의 의지를 담은 삼국 통일 기념비 1기와 바른쪽에는 삼국 통일의 주역인 태종무열왕·문무왕·김유신 장군 등 세분의 위업을 기린 사적비 3기가 우뚝 솟아 있다.

<단청 않은 고아한색>
두 마리의 호국용이 틀임을 하는 화강암 조각 석단 위에 세워진 삼국 통일 기념비에는 삼국 통일의 역사적 의의와 통일 전 조성 목적 및 경위를 밝힌 비문이 새겨져 있다. 비명은 이선근 박사와 김응현 씨가, 비명은 이은상씨와 김충현씨가 각각 글을 짓고 글씨를 썼다.
높이 5.2m, 너비 1.1m인 사적비 3기는 현존하는 무열왕릉비와 똑같은 모양의 이수·비신·귀부를 만들어 신라의 옛 정취를 한층 높여 준다.
이수에 조각된 9마리의 용 틀임과 귀부의 거북 및 삼국 통일 기념비는 모두 윤영자 교수(홍익대)의 조각으로 단장됐다.
정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통일전의 내삼문인 서원문(9평). 오늘의 조국 통일을 기원하는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본전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지어진 서원문의 현판 글씨는 서예가 조수호씨가 썼다.
74간 2백5평의 네모꼴 회랑으로 연결돼 있는 서원문을 들어서면 바로 본전인 통일전(47평)이다. 이 본전의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

<3주역의 영정 모셔>
소슬 대공에 운공 첨차를 하고 치미·귀면·곱새기와·왕지기와·연화문 등을 사용, 신라 건축 구조를 화려하게 재현한 통일전에는 무열왕·문무왕·김유신 장군 등 삼국 통일의 주역인 세분의 영정을 모셨다. 영정은 장우성·김기창 두 화백이 각각 그렸다.
본전을 에워싼 회랑에는 삼국 통일 과정의 중요 사상을 담은 대형 기록화 8폭이 좌우로 전시돼 있다. 이 기록화는 김유신 장군의 단석산수련도·천관녀도·출전도와 무열왕의 남천정출전도·황산혈전도, 그리고 사천왕사 호국불사단·매초성 당군격멸도·화랑관창용전도 등-.

<국민 교육 도장으로>
문공부는 79년까지 회랑에 20폭의 기록화를 더 제작, 전시할 예정이다. 또 통일전에서 불국사에 직접 이어지는 대로도 곧 뚫을 계획이다.
분단된 조국 통일의 염원을 성취키 위한 국민 교육의 도장인 통일전은 앞으로 많은 국민들의 참배장이 돼 통일애의 의지와 호국 정신을 심어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라 통일의 위업을 이어받아 또 하나의 찬란한 1천년 문화 역사를 꽃피울 결의를 새롭게 한 민족 의지의 표상이기도 하다. <글 이은윤 기자, 사진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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