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과학자 35명 인터넷 정보 분석가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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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흰머리를 휘날리며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있다. 목적은 최신 과학기술 정보들을 샅샅이 살펴 선진국의 동향을 분석하고, 우리의 과학기술인들과 정책 관련자들이 참조할 자료들을 만들어 내는 것. 과학기술 정보의 '길라잡이'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고경력 과학기술자 활용 정보분석사업'에 따라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퇴직한 사람들로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분야 노하우를 십분 발휘토록 한다는 게 사업의 목표다.

현재 35명이 활동하고 있다. 60대가 대부분이며 최고령은 80년대 초반 원자력연구소장을 지낸 올해 74세의 차종희 박사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뽑았다. 선발 직후 두달 동안 인터넷 검색과 각종 데이터베이스 활용법 등을 집중 훈련했다. 현재는 'KISTI 전문위원' 직위를 갖고 인터넷 검색 환경이 갖춰진 서울과 대전의 사무실에서 일한다.

차종희 박사는 오전 7시면 대전 사무실에 나타나고, 에너지기술연구원 출신의 김지동(64) 박사는 서울 사무실에서 오후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

이렇게 열심이다보니 성과물도 넘친다. 원자력연구소장을 지낸 조만(67) 박사는 "지난 8개월간 A4용지 30페이지 분량의 기술.정책 동향보고서 5편, 2쪽짜리 뉴스 6편을 내놨지만 나는 낙제생"이라며 "하도 많이 성과물을 쏟아내 '윤전기'란 별명이 붙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KISTI도 성과가 높다는 판단에 올해 추가 선발을 검토하고 있다. 보수는 월 2백만원.

이들이 만든 보고서.과학기술계 뉴스 등은 KISTI 사이트(http://analysis.kisti.re.kr) '고경력 과학기술자'란에 올라와 있다. 현재 약 4백80편이 게재돼 있다. 매사에 초연할 연령이지만, 게재란에 표시되는 조회수에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부장을 지낸 유효신(62) 박사는 "후배들이 많이 본다는 생각에 보고서의 수준을 높이려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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