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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 신기한 수족관속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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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수족관)에는 '깡패'가 하나 있다. 상어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주인공은 점잖아 보이는 거북이다. 심지어 상어의 지느러미를 물어 뜯어 초죽음으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상어는 반드시 헤엄을 쳐야 물이 아가미로 흘러들어가며, 이때 산소를 걸러 호흡하는데, 지느러미를 다치는 바람에 헤엄을 칠 수 없어 질식사할 지경에 몰렸던 것.

당시 수족관측에서는 상어를 인공호흡시켜 겨우 살려냈다.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상어에 입을 대고 호흡시킨 것은 아니고, 다이버가 들어가서는 상어가 헤엄을 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도록 물속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닌 것. 거북이에 물려 꼬리가 완전히 잘려나간 가오리도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어류연구팀의 한원민 계장은 "거북이가 대단히 짓궂다"며 "뿐만아니라 똑똑해서 먹이를 주러 가면 알아보고는 어서 달라고 앞발로 마구 물장구를 친다"고 말했다. 한마리는 하도 다른 물고기들을 못살게 굴어 다른 동물원에 보내버렸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수족관.그러나 그 안에서는 이렇게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다른 물고기를 따라다니며 몸에 붙은 기생충 등을 잡아먹는 청소고기 종류들도 횡포를 부린다. 때때로 기생충뿐 아니라 물고기의 살점을 뜯어먹기도 하는 것.

'배너 피시'라는 손바닥만한 청소고기에 상어가 생식기를 물어 뜯긴 적도 있다.

호기심이 넘치는 문어는 위가 트인 수조를 넘어 다른 데로 가려고 여러차례 탈출을 시도했다. 그래서 사육팀은 문어 수조 위쪽에 빙 둘러 인조 잔디를 붙였다. 인조 잔디에는 빨판이 들러 붙지 않아 빠져나갈 수 없다.

수달은 형제애가 지극하다.현재 코엑스 수족관의 수달 열마리는 부모와 여덟 형제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천조각을 놔두면 형이 가져다가는 동생에게 주어 따뜻하게 덮고 자도록 한다는 것.

수달은 또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을 먹을 정도로 대식가다. 60㎏짜리 사람 어른으로 치면 하루에 20㎏을 먹는 셈이다.

제일 점잖은 것은 곰치다.

길이 1.5~3m로 커다란 뱀장어처럼 생긴 곰치는 다이버가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보통 물고기들이 만지려하면 도망가는 것과 반대다. "힘도 무척 세고,자연 상태에서는 천적이라 할 것이 없는 공간에서 살아 천성적으로 겁이 없는 것 같다"는 게 사육담당의 설명이다.

수족관에서 가장 골치아픈 문제는 물고기가 살이 찌는 것. 좁은 수조 안에 넣어 놓으면 많은 종류가 비만증에 걸린다. 살이 찌면 간도 나빠지는 등 사람과 마찬가지로 안 좋은 증세가 뒤따른다.

때문에 정상으로 만들려고 굶기기도 하지만 그러면 다른 고기를 물어 뜯는 등 또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비만증을 보이는 물고기들은 전시 공간이 아닌, 다른 넓은 수조에 넣어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곤 한다.

실제 코엑스 수족관은 '물고기 중의 하이에나'로 알려진 피라냐 30마리가 비만 증세를 보여 좁은 전시 수조에 있던 것들과 넓은 수조에 있던 것들을 지난달 서로 바꿔 넣기도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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