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법이 많으면 공정이 적어진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영어로는 The more laws, the less ju-stice라고 한다.
미국 작가 「존·스타인백」은 법이 많은 사회에서 사는 곤혹을 그의 소설에서 이렇게 비꼰 일도 있었다.
『법이 어찌나 많은지 한가지라도 어기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단 말야』 (「불만의 겨울」). 「벤저민·프랭클린」은 흔히 법률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너무 헐렁하거나 너무 엄격한 때문』이라고 설파했었다. 법률의 신뢰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교훈 하는 일화가 있다. 상앙의 고사.
진나라는 한때 중국의 서쪽 변두리에 있는 보잘 것 없는 한 부족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BC 361년 효공이 즉위하면서 그는 상앙이란 사람을 등용하여 정치·경제를 개혁하는 과제를 맡겼다.
그가 우선 손을 댄 것은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새 법이 어떻게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어느 날 상앙은 도읍의 남문에 30척 높이의 막대기를 세우고 이런 방을 붙였다.
『이 막대기를 북쪽으로 옮겨놓는 자에게는 상금 10금을 준다.』「10금」은 요즘의 단위로는 3·5kg쯤의 황금을 말한다. 1관 조금 모자라는 무게. 너무 엄청난 상금이 미덥지 않아 백성들은 그대로 웃고 지나가 버렸다.
상앙은 그 상금을 다섯 배로 올렸다. 드디어 한 사나이가 용감하게 나서서 그 막대기를 북문으로 옮겨 놓았다. 상앙은 약속대로 그에게 50금을 내 주었다.
중국 고전 『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은 후에 상앙의 「편법」 등에 힘입어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나라가 되었다.
요즘,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로·아시아」 (아시아·서 태평양 법률가 협회) 대회의 표어는 『법률 통한 협력·질서·번영』이다. 「아시아」 국가들만이라도 「법을 통한 협력」을 다짐하는 것은 뜻 있는 일이다.
법의 신뢰는 국제 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강국의 법은 언제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국제 사회의 차가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끼리 법을 존중하고 그런 가운데 질서와 조화 속의 평화를 모색하는 것은 강대국에 대한 하나의 시위가 될 수도 있다.
「로·아시아」에 참가한 8백여명의 율사들은「법의 양」 아닌 「법의 질」을 위해서도 더욱 많은 토론과 더욱 많은 지혜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