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실적 없는 밴스의 중공방문 서울-워싱턴-북경 3각 진단|탐색만 거듭한 북경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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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 미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밴스」국무장관이 중공을 방문, 4차례의 외상회담을 가졌고 부수상 등소평과 수상 화국봉과도 직접 만나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공의 견해를 청취하는 등 4박5일의 중공 공식방문을 마치고 26일 귀로에 올랐다. 본사 「워싱턴」주재 김영희특파원은 「밴스」중공방문을 수행 취재중인 미국「볼티모·선」지의 「헨리·트리위트」특파원과의 3번째 국제전화를 통해 「밴스」의 중공방문의 성과를 평가했다. 다음은 북경-「워싱턴」-서울을 잇는 두 특파원의 대담내용. <편집자주>
김영희특파원=공동성명 없이 끝난「밴스」미 국무장관의 중공방문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트리위트」특파원=「밴스」장관은 중공으로 하여금 인내심을 갖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밴스」장관의 방문 전에는 중공이 대만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의 궤도에서 점차 벗어나는 기미를 보였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서둘러서 대만문제에 관한 요구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중공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러 소련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공은 「밴스」장관으로부터 미국의 입장을 설명받고 좀더 참고 기다린다는데 동의했다. 「밴스」장관은 미국의 국내정치사정이 중공의 인내와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정부는 지금 「파나마」운하문제와 주한미지상군 철수문제 그리고 전략무기제한협정 (SALT)문제 같은 것으로 보수적인 여론과 의회내의 보수세력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고있다.
이런 판국에 만약 「카터」행정부가 대만과의 방위조약을 파기하고 중공과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면 의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밴스」는 설명했고 중공이 이를 납득한 것 같다. 그러나 중공이 과연 얼마동안이나 기다려 줄지는 아무도 모르고, 「밴스」일행이 중공을 떠난 뒤 중공이 어떤 태도의 변화를 보일지도 알수 없는 일이다.
문=관계정상화를 위한 지금의 교착상태의 타개에는 실패했다고 보아야겠는가?
답=그렇다. 중공이 미국에 시간여유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중공의 입장이 완화됐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중공은 관계정상화의 조건을 후퇴시키지 않았다. 그 조건은 미·대만방위조약의 파기다.
시급한 문제의 하나는 「카터」행정부가 의회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다음 단계의 조치는 무엇인가?
답=「밴스」와 황화가 계속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음달 「유엔」총회에 참석할때 회담을 계속할 예정이다.
문=「카터」대통령의 중공방문 여부는 「밴스」-황화의 협상에 달렸는가?
답=그렇다. 지금 상황으로는 「카터」가 중공을 방문할 수가 없다.
문=공동성명을 생각하고 기자회견으로 대신한 것은 대만문제 때문인가?
답=그렇다. 만약 공동성명을 발표하면 대만문제에 관한 양측의 입장의 차이를 거기다가 되풀이 해야한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동성명을 생략하고 「밴스」방문의 후반에 성숙된 적극적인 분위기를 침묵 속에 살려두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이번 회담은 미·중공의 새 지도자들간의 첫 탐색의 뜻을 가진 의견교환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정식 의제를 놓고 합의를 모색하는 회담과는 약간 다른 것이었다.
문=이제는 화국봉 역시 미-소「데탕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정된 셈인가?
답=그렇다. 지난 이틀동안 회담분위기가 일변한 것도 화국봉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공은 동「아시아」에서 전략적인 균형을 유지하기를 갈망하고 있는데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미국에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밴스」의 요청대로 인내심을 보이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소련의 그림자가 회담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된다.
문=지난주의 중공당전당대회 이후 중공은 실용주의적이고 이념을 앞세우지 않는 그들의 체질을 확인했는데 그들의 외교정책면에서의 새로운 방향을 「밴스」장관에게 설명했는가.
답=설명은 했지만 「밴스」같이 상세히는 하지 않았다. 중공은 서너가지 중요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문=그 중 하나가 한국인가?
답=그렇다. 나머지는 대만과 「아프리카」와 소련의 위협에 대한 대처방법 등이다. 한국문제는 특히 중공이 바라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문=중공은 혹시 「밴스」에게 한반도 안정유지에 관한 보장 같은 것을 주었는가?
답=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내가 분명히 알고있는 것은 중공측은「밴스」에게 한반도의 안정이 미국과 중공에 다같이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하비브」국무차관대신 「홀브루크」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정부에 북경회담을 설명하는데 그 자리에서 좀더 상세한 내용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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