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한자 현행대로가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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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8일 하오 『역사적인 안목에서 볼 때 상용한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하고 『현실적으로 상용되고 있는 한자를 없애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옳지 않지만 상용한자를 현재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은 것이며 어느 면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황산덕 문교장관으로부터 문교정책을 보고 받고 『요즘 지상에 보면 어문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 『한자에 익숙한 기성세대들로서는 한자가 많이 섞이면 읽기 쉬운 것이 사실이나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한자를 안 쓰고도 낱말들이 풍부하고 좋은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뀔수록 기성세대는 점차 물러가고 새 세대가 자라나게 되어 20∼30년 가면 한자사용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고대문화나 고전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한문학과를 두어 전문학자를 양성해야 할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한글이라는 표음문자이자 표의문자구실도 하는 좋은 글이 있는데 일반에게 무리해서 어려운 한자를 많이 가르쳐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기성세대가 읽기 쉽다고 해서 기성세대 본위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국가교육정책의 장래를 내다보고 참아야 할 것은 참고 일관성 있는 방침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방 후 7차례나 변혁을 치른 한자교육은 현재 72년 문교부가 정한 교육용 기초한자 1천8백자를 중(9백자) 고(9백자) 한문시간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또 중·고교의 국어·국사·국민윤리 등 교과서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넣어 병기하고 있으며 국민학교에서는 한자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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