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전범 카플러 체포 않기로|대이 정상회담 취소, 관계냉각-서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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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16일AFP동양】「이탈리아」인 3백35명을 학살한 죄로 「이탈리아」에서 종신형을 복역 중 탈출, 서독으로 잠입한 전「나치」친위대대령 「헤르베르트·카플러」(70) 탈옥사건으로 19일 「베로나」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슈미트」서독수상과 「안드레오티」 「이탈리아」수상간의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되는 등 독·이 양국관계가 긴장되고 있다.
「이탈리아」정부는 16일 「본」주재대사관을 통해서 독외무성에 「카플러」의 신병인도를 요청했으나 이미 「카플러」의 서독 내 행적을 알고 있는 서독당국은 독일시민의 타국송환을 금지하고 있는 서독헌법규정을 들어 이를 거부할 뜻을 명백히 하고 있어 양국 외교관계에 암운이 깃들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안에서 「카플러」탈옥에 항의하는 격렬한 「데모」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카플러」탈옥에 대해 서독인들이 은근히 만족하고 있는 듯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서독지도자들은 그간 인도적 견지에서 「카플러」를 석방해 주도록 「이탈리아」정부에 수차 호소했으나 「이탈리아」최고군사재판소는 지난 12월, 하급법원의 사면판결을 번복, 이를 거부했었다.
15일 밤 「로마」에서는 2차 대전 당시 학살된 3백35명의 유족·친척을 포함한 수백명「데모」자들이 탈옥사건에 항의시위를 벌였다.
「카플러」는 현재 그의 부인 「안네·리제」가 자연요법사로 일하고 있는 「니더작센」의 「솔타우」지방에 은신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16일 말했다.
「니더작센」 「뤼넨베르크」의 검찰당국은 「카플러」사건을 검토,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서독연방경찰대변인도 16일 「카플러」가 적발된다해도 그를 「이탈리아」로 송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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