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유엔으로 번진 남중국해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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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분쟁 도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인접국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은 6일 불법 조업 등 혐의로 중국 어선을 나포해 선원들을 감금 중이다. 미군과 2주간 합동 군사훈련에 들어간 필리핀 해병대가 11일 마닐라 남쪽 해안에서 미제 쾌속정을 이용한 상륙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AP=뉴시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민 500여 명이 중국대사관 주변으로 몰려가 분쟁 도서에서 중국의 석유 시추작업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이 베트남·필리핀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영토분쟁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유엔으로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외무장관들은 10일(현지시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긴장 고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평화적 수단으로 분쟁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중하이(中海) 유전은 이달 초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베트남명 호앙사, 중국명 시사군도)에서 석유 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베트남이 해군 함정을 동원해 저지에 나서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7일에는 중국 함정이 물대포를 발사해 베트남 선박 8척이 부서지고 6명이 부상했다. 11일에도 양측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베트남 측 부상자는 9명으로 늘었다. 이에 분노한 베트남 시민 500여 명은 이날 수도 하노이 도심의 중국대사관 주변에서 중국의 시추작업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남중국해 분쟁도서 인근에서 불법조업 등의 혐의로 체포된 중국 어민 11명이 전원 수감됐다고 GMA방송 등 필리핀 언론이 11일 전했다. 이들은 6일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하프문 섬에서 필리핀 해경에 체포됐다. 선박에서는 멸종위기종 바다거북 350여 마리가 발견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어민들은 최고 20년형에 처해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K 샨무감 외무장관은 남중국해 불안과 관련해 “우린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중립이 침묵을 뜻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11일로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만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아세안 간의 문제가 아니며 (주권이 없는) 개별 국가가 이 문제를 악용해 중국과 아세안 간의 우호·협력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도 8일 자국 어민들이 수감된 팔라완 섬에 영사를 파견, 어민들과 면담하고 조기 석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남중국해 사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당사국들이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고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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