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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위주 정책보다 싱글맘 생계 도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돈이 떨어져 살 곳도, 아이 먹일 것도 없어 입양기관에 보냈죠. 아이가 입양가정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 마음을 고쳐먹고 아이를 찾아왔어요.”

 38개월 된 딸을 혼자 키우는 미혼모(싱글맘) 정수진(34·여)씨는 4년 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주최로 11일 오후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제4회 싱글맘의 날’ 행사에 참석해 “(스스로 아이를 키우려고 해도) 미혼모에게 생계 위협이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호소했다. 행사에는 미혼 양육모,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 해외 입양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모굴스키 한국대표팀 코치로 영입된 토비 도슨(35)은 “한국의 싱글맘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어 입양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아이를 직접 키우는 미혼모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혼외 출생 등록자는 1만144명으로 1981년(9741명) 이후 가장 많다. 반면 지난해 입양된 아동은 922명(국내 686명, 국외 236명)으로 2012년(1880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혼모 보호시설 퇴소 여성 중 아이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2010년 28.6%에서 2012년 35.2%로 늘었다. 미혼모의 생활고가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혼모 설문조사(2010년)에 따르면 이들의 월 평균소득이 최저생계비(2인 가구 85만8000원)에 못 미치는 78만5000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은 입양에 치우쳐 있다. 입양가정에는 월 15만원의 양육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반면 미혼모에겐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2인 가구 133만6000원)일 때만 월 7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의료비 지원은 없다. 정부가 정한 ‘입양의 날’이기도 했던 이날 보건복지부는 공개 입양을 결정한 가족 등 25명을 포상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양 위주의 정책보다는 법을 개정해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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