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 기자의 단맛 쓴맛] MSG·인산염 정말 해로운 식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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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무(無)첨가’ 마케팅이 활발하다. 식품의 원재료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나트륨·색소·인공감미료 등 각종 첨가물을 뺀 무첨가 제품이 인기다. ‘MSG를 뺀 라면’ ‘인산염을 넣지 않은 커피믹스’ ‘붉은 색소 걱정 없는 연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무(無)’, ‘프리(free)’ ‘제로(zero)’라는 표시가 붙으면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대접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무분별한 무첨가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부추일 수 있다. ‘무’자를 붙이면서 기존 제품의 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34.5%가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식품첨가물을 꼽았다. ‘무첨가=안전’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동시에 첨가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사례다.

무첨가 마케팅의 대표적인 피해자(?)는 MSG(L-글루탐산나트륨)다. 외국에선 MSG의 유해성 논란이 종식된 지 오래다. 1995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연구한 결과,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에선 MSG가 기피해야 할 첨가물로 여겨진다. 식품업체의 공격적인 무첨가 마케팅 탓이다.

커피업계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던 카제인나트륨·인산염도 같은 맥락이다.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로 시장에 진출한 한 업체는 뒤이어 인산염을 넣지 않은 신제품 커피믹스를 내놨다. 인산염은 인·나트륨·칼륨 등이 결합한 성분으로 식약처가 사용을 허가한 안전한 물질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인산염의 과잉 섭취가 칼슘 흡수를 방해해 뼈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마케팅을 펼쳤다. 이 업체의 마케팅은 이후 뭇매를 맞았다. 자사가 생산하는 분유·우유·치즈 등 다른 유제품에 인산염이 다량 함유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첨가 마케팅으로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자 최근 식약처가 진화에 나섰다. 올 초 ‘식품첨가물 안심하세요’라는 소책자를 제작·배포했다. 올바른 식품 구매 요령으로 ‘무첨가 표시만 보고 구입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또한 최근 식약처 웹진을 통해 ‘MSG는 평생 먹어도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MSG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은 일반 소금에 비해 약 3분의 1 수준이다. MSG와 소금을 함께 사용하면 전체 나트륨 섭취를 약 3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무첨가 마케팅의 이면에는 ‘아님 말고’ 식의 기업의 무책임함이 숨어 있다. 자사 제품의 차별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소비자를 호도하는 것이다. 물론 식품첨가물을 적게 쓰기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안전한 첨가물에까지 불안감을 심는 것은 결국 식품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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