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공업의 국제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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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화학공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즈음하여 산업 정책적인 면에서 이를 어떻게 유도 할 것이냐는 중화학공업분야의 자체발전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국제경쟁력 향상문제와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4차5개년 계획에 있어서의 중화학공업은 민간주도에 의해 추진한다는 방향이 결정된 이상 남은 문제는 이를 독점체제로 할 것인가 혹은 경쟁체제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양자엔 모두 명분이 있다. 아직 한국에선 중화학공업의 기반이 얕고 시장이 좁으므로 초기단계엔 특정업자에 집중시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독점론자의 주장이고, 처음부터 경쟁체제를 갖춰 경쟁을 통한 생산성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경쟁논자의 주장이다.
이제까지 우리 나라는 산업 정책론에서 「규모의 경제」에 대한 기대와 지원이 너무 강했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다. 때문에 산업의 독과점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어느 산업부문이 특정업자에 집중됨으로써 시설의 국제규모화와 그에 따른 원가 절감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이 장점이 상쇄될 수 있는 나쁜 점도 있다는 것이 너무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바로 무경쟁에 의한 낭비와 비 능률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자유경제체제에선 기업은 경쟁을 통해 부단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이런 개별기업의 생산성향상이 곧 국민경제의 국제경쟁력으로 연결된다.
기업은 경쟁의 채찍질 속에서 기술혁신과 개발이 강요된다. 경쟁에 의한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의 효과는 「규모의 경제」를 못 갖추는 데서 오는 불이익을 「커버」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 나라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의 효과를 충분히 발휘 못한 것은 독점도가 높은 상품일수록 국제수준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우리 나라 물가안정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산업의 독점도가 높다는 데도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경쟁을 안 해도 좋도록 되어 있으면 아무리 원가절감과 가격인하를 강요해도 그것이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법도 독과점의 원인규제보다 폐해규제에 치중하고 있는 형편인데, 앞으로 장기적인 방향에서 원인규제주의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다.
독과점 폐해의 원인규제가 바로 경쟁체제의 확립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을 통한 생산성향상의 원리는 중화학공업 이라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개발초기단계에선 시장이 좁으므로 경쟁률 제한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더 소망스럽다는 명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체제로 유도하는 것이 국제경쟁력강화라는 점에서 더 유리할 것이다.
중화학공업의 독점은 내수부문의 폭리에 의한 출혈수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독점기업에선 아무래도 원가관리에 소홀하기 쉬우며 이로 인한 국내물가의 상승을 「체크」할 방법이 없다. 중화학공업 중에서도 기계공업 같은 것은 규격화된 가격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경쟁체제가 효과적이라 해도 아무에게나 허용하는 것은 시장과 자원 면의 낭비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제약은 불가피 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원가가 비교·경쟁될 수 있는 체제에서 출발하여 차 차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본격적인 경쟁으로 이행하는 것이 소망스러울 것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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