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1) - 브라운장관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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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명한 미 국민의 존경을 받고있는 귀관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듣고 여러가지 정세를 살피면 철군에 대해 재검토가 있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될 것으로 믿고있기 때문에 귀관 내한을 환영한다. 귀관의 방한을 계기로 우선 철군에 대한 「카터」대통령의 객관적 타당성이 무엇인지를 귀하에게 묻고싶다. 선거때 일부국민의 심리에 영합해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철군을 거론하고 정치적 군사적 면으로 세밀한 분석과 검토 없이 자신의 공약대로 하도록 국무·국방 양성의 부하들에게 강력히 지시하고있는 느낌을 풍기고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카터」대통령의 오산이며 이 오산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북한 김일성 집단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위험성이 크다. 6월10일자 미 하원 주한미군철수청문회와 하원국제관계위원회에서 질의 응답한 것을 보면 철수한다고 예산상의 감축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분별없는 북한을 상대로 해서 어느 정도의 분쟁위험을 무릅써야하며 일본의 안보 역시 불안할 뿐 아니라 북괴의 대응 양보나 정치적 해결 등 선행조치 없이 중요한 철수를 할 수 없다는 질문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있다.
철군은 소련과 북한을 고무시키고 한국 일본 기타 태평양연안 자유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뿐이지 미국의 국익으로 보나 대소전략면에서나 또는 예산상의 절약도 안되는데 무엇 때문에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지 답답하다. 우리는 미군이 한국을 위해서 피를 흘리라는 것도 아니고 북괴군을 죽이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신무기를 갖춘 막강한 미 지상군이 38선 부근에 주둔하는 것만으로 전쟁을 방지하게 되고 따라서 주한미군은 평화사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카터」대통령이 미국역사상 가장 못난 대통령이 될 것인가, 혹은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이 시점에 있어서 귀관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 내가 미국의 국방장관이라면 대통령정책이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단호히 소신대로 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카터」대통령은 「브라운」합참의장, 「로저즈」육군참모총장, 「터너」정보국장 등의 충고도 묵살하고 자신의 방침대로 철군을 밀어붙인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를 위한 철군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귀관이 이 기회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북 및 동남아지도자들의 솔직한 우려를 피부로 느끼게된다면 반드시 심경의 변화가 있을 줄 믿고 거듭 내한을 환영하는 바이다. 【권중돈<전 국방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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