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속의 세계경기 트리오 - <미·일·서독의 불협화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경기를 이끌어 가는 「3대의 기관차」. 이것은 지난 5월 「런던」7개국경제정상회담 당시 합의된 「트로이카」 미국·일본·서독을 일컫는 말이다. 「런던」회담 이후 2개월이 지난 최근 이 경기기관차「트리오」가 분열, 심각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서독에 대해 세계경기회복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미 정가와 언론계는 『「런던」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은 무산될 것인가』라고 외치면서 계속적인 일본의 대폭흑자와 서독의 성장률 둔화를 비판하는 「무드」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 「카터」「슈미트」간의 미·서독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서독이 공언한 금년 성장률 5%가 적극적 경기회복책의 결여로 둔화되고있다고 지적, 이의 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슈미트」수상은 미국측의 요구를 일축, 『계획경제가 아닌 이상 0·5%정도 오차는 있는 것이며 지나친 요구가 아닌가』고 따졌다는 것이며 국제수지 흑자문제도 77년 경상수지흑자 폭은 74년 호황기의 3개월치 밖에 안된다고 공박하는 한편 오히려 미「제니스」사의 상계관세제소, 국제은행법안 등 미측의 무역과 자본이동에 대한 제한 움직임을 신랄히 비판했다는 것.
한마디로 「카터」「슈미트」회담은 「런던」선언의 구체적 실현을 둘러싼 이견을 분명히 드러낸 회담이었다.
한편 미국의 주일대사인 「맨스필드」가 15일 「후꾸다」수상과 만나 내년 1월까지 기한부로 미·일 무역불균형시정을 요구했으며 이 문제 토의를 위한 준각료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미국측이 이렇게 강경태도를 보이자 대장성 등은 『대미수지흑자를 급속히 감소한다면 EC지역과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지나친 내정간섭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이처럼 일본과 서독에 대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데는 ①국내경제가 비교적 순조로운 반면 무역적자폭이 예상외로 확대되자 이번 기회에 서독과 일본에로 눈을 돌리라는 미 경제계의 주장 ②「엔」과 「마르크」의 환율상승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③영·불 등 「유럽」과 적자선진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의 진전으로 세계경제 자체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 등 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달러」가 폭락을 미국이 방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겨냥하고있고 세계전역에 퍼져있는 다국적기업의 미국지주분을 고려해보면 미국경제는 결코 보이는 만큼 허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년2월 「런던」에서 열릴 제2차선진국정상회담을 겨냥한 고도의 경제외교전략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장현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