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직장의 개념<활발해진 「스카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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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유와 경영이 점차 분리되면서 전문경영기술자의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기업규모가 커지고 국제화될수록 고도의 능력과 판단력을 가진 경영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산업구조가 급격히 확대되는 한국과 같은 공업지향 개발도상국에선 기능공·기술자의 공급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클로스업」되고 있다.

<운도 따르는 모험>
결국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의 여부가 그 기업의 성쇠를 가름한다고도 말할 수 있기에 어느 나라에서나 인재확보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오일·쇼크」직후 같은 불황기에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경기가 회복궤도에 올라서 산업계가 활발해지면 도처에서 인재난을 겪는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유출을 방지하는 것은 기업전략의 주요한 「파트」가 되고있다.
자본과 경영의 분리가 철저하고 그만큼 전문경영자에 대한 수요도 많은 미국의 경우를 보자. 일단 우수한 경영자로 평판이 나게되면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제의가 온다.
동양식의 종신고용제니 의리관념은 있을 수가 없다.
제의해온 업체가 좀 더 유망하고 자리와 보수가 좋으면 미련없이 옮겨 버린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한 모험을 각오한 것이고 차기주주총회에서 경영실적을 평가받을 때 낙제점수가 매겨지면 물러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30년대초 대공황 및 2차대전기간의 출생률 저하로 인한 30∼50대의 인재부족이 겹쳐 「스카웃」경쟁은 아주 치열하다. 「스카웃」전담회사들이 대신 톡톡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거 몰아가기도>
세계 제3위인 「체이스·맨해턴」은행은 얼마전 「제너럴·일렉트릭」사에서 20년 근무한 뒤 기계제조업체인 「클라크·이퀴프먼트」사에서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A·F·라프레이」씨를 인재개발담당 상급「매니저」로 맞아들였다.
그의 역할은 「체이스·맨해턴」은행의 전략「스탭」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인재를 「스카웃」해오는 일.
말하자면 「스카웃」하기 위한 「스카웃」을 한 것이다.
이 은행이 인재「스카웃」에 얼마나 열심이냐 하는 것은 자의건 타의건 일단 퇴직한 사람 중에서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을 골라 「리스트, 이른바 OB「리스트」까지 작성, 채용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회사로 뽑혀 가면 혼자 가는 것이 아니고 같은 직장에 있던 직원들까지 데리고 가는 수가 허다하다.
IBM부사장으로 있다가 ATT(미국전화전신회사)의 「마키팅」담당 취체역으로 뽑혀온 「아치·맥길」씨는 그가 있던 회사사람을 포함, 외부로부터 60명의 「마키팅」전문가를 데리고 왔다.
세계적인 복사기「메이커」인 「제록스」에 있다가 같은 업종의 「아베코」사로 옮긴 「D·로스」씨의 경우는 「제록스」의 기술자 11명 등 모두 15명을 「스카웃」했다.

<경영일신 수단 돼>
「제록스」나 IBM·GM등은 미국산업계에서 인재공급원으로 지정될 만큼 「스카웃」을 많이 당하는 대기업들이다.
그래서 「제록스」같은 데서는 어떻게 하면 인재를 뺏기지 않는가를 심각히 검토, 「인재유출방지책」까지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
이러한 미국산업계에서의 직장이동현상은 「스카웃」회사에 대한 의뢰건수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증가율이 어떤 데서는 1백%를 넘고있다.
미국에는 「스카웃」전담회사끼리 「컨설던트」협회를 만들고있는 실정이며 최고 연1천만「달러」의 매상고를 올린 회사도 있다.
「스카웃」전담회사에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측에서의 주문이 압도적이어서 어느날 갑자기 『부사장으로 가지 않겠느냐』『연봉 50만「달러」의 사장으로 모셔가겠다』는 유의 제의를 받게되는 것이 유는 경영자들이 겪는 「스카웃」 내막.
회사입장에서는 인재부족도 문제려니와 회사경영에 일신감을 주기 위해 외부로부터 경영자를 발탁하는 일이 많다.
재직하며 녹을 받는 동안 열심히 일해주고 그리고 더 좋은 직장이 나타나면 부담감 없이 떠나는 이른바 후조 경영인 또는 유능사원이 더욱 늘어날 것은 뻔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일지도 모른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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