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의 동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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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정세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어 그것이 새로운 통화불안과 무역교란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연율 1백70억「달러」수준에 이름으로써 일어나기 시작한 불안은 일본「엔」화 가치의 앙등과 서독「마르크」화 가치의 상승으로 구체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달러」가치의 하락에 대해서 미국이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사태는 묘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미국측이 「달러」가치유지에 대해서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달러」환율의 향방은 상대국인 일본·서독과 같은 강세 통화국의 대응태도에 달려 있다.
전통적으로 서독은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수입증대방식보다는 「마르크」화의 평가절상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국내물가안정에 주력해온 것이므로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마르크」의 절상으로 이번에도 귀결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마찬가지로 71년의 「스미드소니언」협정이후 일본도 「엔」화의 유동화에 응함으로써 그동안 대「달러」환율을 15·5%나 절상시킨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환율 형식적으로는 유동화를 허용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평가절상효과를 극력 억제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스미드소니언」협정이후 「마르크」 38·9%, 화난「길더」31·7%, 「스위스·프랑」57·6%등으로 대「달러」평가가 절상된데 반해서 일본의 「엔」화는 15·5%밖에 절상되지 않은 것이다.
일목의 환율정책이 이처럼 비협조적이기 때문에 이번의 환율동요는 일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까지도 낳게 하고 있다. 일본의 통화당국은 「달러」당 2백60「엔」선을 깨지 않기 위해서 이미 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러한 개인으로써 「엔」화의 평가절상효과를 억제시킬 수 있는지는 더 기다려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환율동요가 수습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데 국제경제상의 애로가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의 70%이상을 점하는 주요선진경제의 국제수지가 각각 안정화될 환율체제가 형성되지 않는 한 환율상의 모순은 무역제한으로 보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때문에 환율변동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무역제한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본질적인 모순을 고려할 때 통화질서와 무역질서가 어느 쪽이든 지금보다 더욱 교란될 공산은 짙은 것이며 그 여파는 경제적으로 약한 경제에 궁극적으로는 쏠리게 마련이다.
어느 경우가 되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적지 않은 부담을 져야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며 때문에 국제경제동향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환율체제는 「달러」에 직결되어 있어 「달러」가치의 하락을 곧 우리의 환율인상으로 간주해서 수출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히려 국내물가의 불안과 수출다변화 노력의 정체 및 수출시장조전의 악화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포착하고 대처해야 할 줄로 안다.
동시에 원유가격·주요원자재가격동향에도 깊이 유의해서 국제적인 불안정 요인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적인 안정장치를 강화해 나가는 신중한 정책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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