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기업 재무 구조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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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계 자료는 경제 동향을 판단하는 소재이지 경제 동향 자체는 아니다. 이런 뜻에서 그것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를 가질 뿐이다.
76년 우리 나라 기업들의 재무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판단하는 자료로서 제시된 한은과 산은의 조사 보고서는 여러 가지 중요한 대목에서 정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 반대되는 판단은 통계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접어둔다면 그만이나, 절대치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동향의 문제라면 그 뜻하는 바를 구명해야 할 것이다.
원래 통계는 절대 수준을 알고자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알고자해서 작성하는 뜻이 강한 것이므로 두 통계가 시사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정책 판단 자료로서의 소재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책 자료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이들 통계가 방향 상으로 상반되는 이유는 일단 가려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금융 정책이나 산업 정책 내지 가격 정책은 근거 없는 주먹구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기업 공개의 진전이 가속되고, 매출액이 급 신장한 측면으로 본다면 자기 자본 비율이 개선되고 그 표리 관계에선 부채 비율이 떨어지며 기업 이익률이 개선되었다는 한은의 통계 보고가 그럴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대단위화하고 있고 투자 주체가 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근자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산은의 조사 결과인 자기 자본 비율의 저하, 부채 비율의 악화, 기업 이익률 감소 등도 납득할만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해할만한 측면이 각기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는 경제 구조의 변환기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젯점을 제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경제의 질과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을 때에는 기존 표본이 모집단의 변화에서 괴리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각각 사실 변화의 일부분만을 반영하는 것이지 전체적인 변화를 충분히 반영치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 작성상의 제약이야 어떠하든 전환기의 정책 자료야말로 보다 사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점을 상기할 때 정책 지침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도 조사 당국은 방향의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모순을 시급히 발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 당국이 76년의 기업 및 산업 구조 변동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며, 부가가치세제의 실시로 말미암아 그 구조가 어떻게 개편될 것인지를 어떤 통계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적어도 가격 체계나 산업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여 상품별로 가격 통제를 할 수 있었다면 이들 표본 조사 이상으로 사실에 접근하는 자료를 원용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책 입안에 매우 중요한 통계 자료에 방향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통계적 제약의 문제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오도하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에서 매우 중요시해야 할 것이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통계 발전에 자극이 될만한 새로운 「인센티브」 (동인)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통계는 작성자의 사명감과 「프라이드」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아울러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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