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찬 여름방학의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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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거운 책가방과 규칙과 의무감에서 해방, 학생들이 자유롭게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즐겁고 보람찬 여름방학이 되게 하자.
학생들에게 방학은 더 없이 즐거운 때이며, 특히 풋풋하고 싱그러운 계절의 여름방학은 방학중의 방학이어서 초등학교 어린이, 대학생 할 것 없이 더없는 즐거움에 가슴 부풀어 있다.
도시의 무더위와 그 답답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시원한 산간이나 해변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은 비단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품게 마련인 소망이라 하겠다.
뿐더러 청소년 교육이 학교에서의 수업만을 뜻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면, 특히 야외에서의 적극적인 자율활동이 가능한 여름방학은 청소년들의 인격형성에 있어 무엇보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즐겁고 보람찬 여름방학을 지내기 위해 학생들은 제 나름의 뜻깊은 설계를 꾸며야할 것이며, 학교당국과 학부모들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우선 학교당국은 학생들에게 많은 숙제를 내주어 학생들이 시달림을 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하겠으며 각 가정에서도 억지로 공부를 시킨다든지, 과외공부를 시켜 어린이들을 다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율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학 때만이라도 시간표에 얽매여 쫓기는 듯한 생활에만 젖어온 학생들로 하여금 시원한 산과 들에서 뛰놀고 평소에 읽고 싶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휴식이 모자랐다면 실컷 잠을 자게 하는 등 쉬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이웃 친구들과 놀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면 함께 산이나 바다를 찾아 마음껏 즐기고, 몸을 같이하는 벗들과 함께 농촌봉사활동 등 사회를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특히 올 여름방학에는 청소년들이 뜻 있게 여가를 즐기게 하고 선용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들을 선도하는 한편 실제 바람직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사실 우리사회는 방학 때 학교와 가정을 떠나 자연을 찾는 학생들을 귀찮게 여기고, 냉대하고 돈벌이 상대로나 생각하고, 깔보고 무시하고 갈곳도, 놀 곳도, 할것도 없게 하는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저질러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학 때만이라도 학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말고, 마음놓고 활개펴고 뛰놀 수 있는 장소와 환경을 마련해 주고, 고생하며 공부한데 대한 사회적인 격려에 인색치 말고, 방학 때만이라도 특별히 그들을 더 위해주는 어른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도록 해주는 깊은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올해 문교부의 방학생활 지도지침의 골격도 그런 것이지만, 흔히 방학 때마다 거론되는 것은 학생들의 탈선문제다. 갑자기 해방감을 느끼다 보면, 학생 신분을 넘어선 잘못을 저지르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비위가 본인과 지도교사나 학부모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곳곳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는 나쁜 환경에 보다 큰 문제가 있음을 외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사회 모든 면에서 나쁜 것을 본받지 않게 하고, 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다 좋고 값싼 갖가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며, 학생들을 책임지고 지도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유해 환경 못지 않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는 산과 물, 폭발물 등 방심할 수 없는 위험요소들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며, 학부모들과 관계당국은 어린이들의 안전과 건강관리를 위해 추호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학생 스스로의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올 여름방학을 참으로 구김살 없이 즐겁고 보람 있게 지낼 수 있게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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