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익 사내유보보다 배당에 바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의 기업은 이익을 내부에 저축하기보다는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누어주기에 바빠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 불황에 대한 저항력과 대외경쟁력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순이익 중 내부보유액의 비율은 작년에 일시 70%의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그후 기업의 자기자본 충실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은행 및 외자 차입에 의해 고도성장이 주도된 결과 70년대에는 50%수준, 76년에는 38.3%(12월말 결산 상장법인)까지 떨어져 기업의 총 재원조달 중에서 내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수년간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업의 자기금융 비중은 일본 48%, 미국 64%, 영국 71%, 서독 66%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약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공개기업 중 12월말 결산법인의 평균 배당률은 74년 22.95%, 75년 21.77%, 76년 22.3%로 일본 및 미국의 11.5%선에 비해 오히려 훨씬 더 높은 고 율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공개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을 보면 74년 77.8%, 75년 91.1%, 76년 75.1%에 달해 순이익의 대부분이 배당금 지급으로 사외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부담이 큰 것은 ▲당국이 자본시장 육성책으로 상장법인의 최저 배당률을 l년 만기정기예금 이자율(18%)로 규정했고 ▲기업이 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안 세우고 공개직전에 유보 금을 대주주들끼리 분배하는 등 자의적인 배당을 실시했으며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단기적 투자태도에 기인한 고율 배당 선호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배당 부담의 가중은 기업의 내부 저축을 줄여 오히려 간접금융(은행차입 등)을 더욱 촉진시키며 미 공개 기업이 공개를 기피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기업이 자기금융을 확대시키면 물론 수익률 향상이 우선돼야 하지만 주어진 수익 내에서 내부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내부유보와 배당간의 적정 선을 찾는 배당정책이 검토돼야 한다.
주주에 대한 배당은 투자 분의 수익환원이므로 당연히 지급돼야 하지만 과도한 배당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주주에게 불리한 것이므로 합리적인 배당정책은 주주의 이익극대화와도 일치된다고 증권계는 말하고 있다.

<용어풀이>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100
◇사내유보=대차대조묘상의(자본잉여금+이익준비금+기타 적극적 적립금)+이익잉여금처분 계산상의(이익준비금+기타 적극적 적립금+차기이월 이익잉여금×100)
◇유보 율=(사내유보÷자본금)×10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