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유해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기 쉬운「유해환경」을 단속하리란 검찰의 방침은 청소년 범법자를 그냥 처벌하기만 하려는 방식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대책이라는 문제 자체를 두고볼 때는 그런 방식도 완전한 해결책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청소년들의 탈선이나 범법을 포함한「청소년 문제」는 여느 사회문제나 형사사건과는 좀 다른 성격을 띤다.
어른들의 탈선이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라면, 청소년들의 탈선은 사회전체의 종합적인 앙금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잘못을 교정하는데는 법치 적인 대증료법이 그런대로 효력을 발휘할지 몰라도 청소년들의 비행을 바로잡는데 엔 그것 만으론 미흡하다.
「청소년 문제」란 한마디로 아름다운 인간, 아름다운 영혼을 키워 내는 일과 관련된 문제다.
아름다운 인간성, 아름다운 영혼이란 어떤 것인가. 도덕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균형 잡힌 인간상을 말함이다.
그런 참 인간을 만들어 내는 창조행위는 관청의 행정사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어른들의 일상적이고 전인적인 의무로 귀착하는 것이다.
따라서「청소년 문제」는 바로「어른의 문제」다. 어딘가 가정과 사회와 또 어른들의 보살핌에 서투름과 부족함이 있길 래 청소년들의 탈선이 늘어가는 것이다.
그「서투름」과「부족함」을 보완하지 않는 한 제 아무리「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을 설정하여, 여기는 가지 마라, 저기도 가지 마라,「캠핑」도 하지 마라, 영화도 보지 마라, 금지에 금지를 더해도 신통한 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여인숙이나 술집 같은 곳엔 절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불량 만화나 윤락행위가 범람하지 못하도록「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강력한 행정조치」에 의한「하면 안 된다」못 지 않게 필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하면 안 된다」와 병행해서,「한껏 즐겨도 좋을」많은 재미있는 일들을 대신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른이나 어린이 나를 막론하고「신바람」나는 일이 있어야 사는 법이다. 신바람은 한마디로 재미요 즐거움이다. 이 신바람이 없거나, 무조건 금지하기만 한다면 청소년들의 억압된 욕구불만은 자칫 반사회적인 탈선행위로 분출되기가 쉽다.
청소년들에게도 공부 잘하고 얌전해야 할 기율이 요구되는 다른 한편으로, 즐겁게 살아야 할 생래적인 욕구와 사회적인 권리가 있다.
그 욕구와 기율을 어떻게 적정하게 조절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에 달린 문제다. 또 그 욕구를 어떻게 건전한 신바람으로 표출되도록 유도하느냐 하는 것도 어른들의 연구과제다.
청소년 문제의 밑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욕구불만, 그들의 정신적인 기갈과 심리적인 갈등을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풀어주는 데에 청소년 문제 접근의 정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단조로운 일과와 한없는 과제물과 끝없는 시험의 긴장만으로는 균형 잡힌 인간이 길러지지 않는다.
「가면 안 된다」만 있고, 「여기서 즐겨라」는 없는 금지뿐이라면, 완벽한 청소년 대책으론 미흡하다 할 수밖에 없다. 행정적 단속과 병행해서 모든 부모·선생·종교계·전문가들의 차원 높은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