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씨 증언·도청 보도 관련 미 정부에 항의 각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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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동진 외무부장관은 28일 하오 4시「스나이더」주한 미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김형욱씨의 미 하원「프레이저」소위 증언 및「뉴욕·타임스」의 청와대 도청사건 보도와 관련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미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항의 각서를 전달했다.
박 장관은『최근 미국 쪽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례는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에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앞으로 미국정부가 유사한 사태를 계속 방임할 경우 불편한 관계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졌다.
박 장관은『특히「뉴욕·타임스」가 뒤늦게 청와대 도청사건을 보도한 것은 미국정부가 도청사실이 없었다는 것을 구두로만 표명했을 뿐 문서로 밝히지 않은 탓이 크다』고 말하고 『김형욱씨 증언에서 본 바와 같이 미국 안에서 반한 인사들이 허무맹랑한 사실을 들어 우리 정부와 국민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는 사례가 자행되는 것은 개탄 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어『김형욱 사건은 한미관계 뿐 아니라 우방인 일본에까지 폐를 끼쳤다』고 지적,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미 정부의 대응조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스나이더」대사는 미 의회의 일을 행정부가 간여할 수 없고 비록 반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의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규제하기가 곤란하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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