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몸수색…경비 삼엄|김형욱씨가 증언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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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상오9시30분(한국시간 22일하오11시30분) 「프레이저」위원장 등 의원6명이 입장한 뒤 김형욱씨는 특별경호원의 삼엄한 호위아래 무기소지를 탐지하기 위한 특별출입구로 입장했다. 「프레이저」위원장은 증인에 대한 위협또는 위험가능성 때문에 철저한 보안조치를 취했다고 설명.
○…김씨는 회색「싱글」차림이었는데 얼굴은 「골프」를 즐긴 탓인지 까맣게 탔다. 그는 「뉴욕」의 변호사 김재현씨와 국무성에서 공인한 통역 안홍균 씨와 나란히 앉아서 증언을 했다. 방청석에는 반한 교포인사인 정규홍 박사, 「시노트」신부, 유기홍 박사, 안병국 목사, 전국무성 한국과장 「레너드」의 모습이 보였다.
증언 전반에는 모기 소리만 하던 그의 목소리는 후반에 가서 갑자기 흥분하고 높아져서 자신의 열변과 답변에 스스로 만족하는 것 같았다.
○…김형욱씨의 증언을 듣는 「프레이저」소위의 청문회는 방청객 수와 삼엄한 경비로 기록을 세웠다.
교포들은 3시간 반을 기다리면서 겨우 한자리를 얻었고 기자들까지도 전례없이 국회출입증을 제시, 공항에서와 같이 「엑스·레이」밑을 통과했을 뿐 아니라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준비된 성명에서부터 자기는 자유를 위해서 한국을 떠났고 65년의 한일관계정상화반대 학생「데모」때도 학생들편을 들다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남북한을 비교하는 대목에 가서는 북한에는 빈부의 격차는 없어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한국보다 높고 북한사람 1사람이 한국사람 1백 사람을 당할 수 있다고 악을 썼다.
○…김의 증언 중에서 가장 걸작은 통일 교회와 박동선 사건 등 교회「스캔들」과 박동선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서 한국인으로는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힘들어 때로는 일본인으로 행세한다고 말한 대목.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지만 일본기자들의 얼굴색이 달라진 것 같았다.
○…김형욱씨는 김종필 정권 이후락 박종규 같은 지난날의 동지들, 그리고 김재권과 양두원 같은 지난날의 부하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예상과는 달리 박동선 씨와 김한조씨 부부에 관한 것 말고는 별로 자신 있게 대답을 하지 못했고 많은 교포방청객들이 있는데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자신의 위신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부 일단 비공개회의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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