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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내뿜는 독「가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 생전에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것은 「버스」였었다고 옛말할 수 있는 요즘이었으면 좋겠다.
횡단보도를 손잡고 건너던 어린이들이 우선 멈춤을 무시한 과속「버스」에 치어 숨지는가 하면 등교길 여학생이 만원「버스」를 타려다 몰려드는 승객에 떼밀려 차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는 등 「달리는 흉기」의 무서움은 날로 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버스」등 매연차량이 내뿜는 독「가스」. 계속적인 당국의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매연차량의 공포는 새삼 말할 나위 없이 심각의 도를 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의 1차 단속, 금년 3, 4월의 2차 합동단속에 이어 22일 매연차량 「블랙·리스트」를 작성, 지금까지 매연도 4·5도 이상 차량업주만 구속하던 방침을 바꿔 상습적으로 매연을 뿜는 차량의 업주는 앞으로 모두 구속하는 한편 합동단속반을 상설화, 계속적인 단속을 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검찰 자신의 말마따나 단속기간에는 매연차량이 줄어들었다가 단속기간이 끝나면 다시 늘어나는 등 숨바꼭질하느라 그 동안 실효를 못 본 때문으로 생각된다.
매연차량의·단속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침이 없다고 다시 말하기조차 쑥스러운 일이긴 하나 당국이 매연차량에 대해 검찰권을 강화한 것을 「버스」공포증에서 시민을 구해보려는 의지로 받아들여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단속도 좋지만 그 보다도 원천적으로 매연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저질 유류사용, 노후차량과 불량부품, 언덕이 많은 도로조건, 정원초과 운행과 난폭 운전 등 매연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들의 개선이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면 배기「가스」정화기 부착을 의무화하도록 공해 방지법을 당장 개정하라는 말이다.
보다 좋은 방안은 자동차「메이커」가 생산과정에서 직접 정화기를 달아 출고하는 것이다.
매연방지를 위해 배기「가스」 정화기를 달지 않은 자동차는 팔수도, 살수도 없게 법으로 금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에 따른 비용때문에 실현이 늦어진다면 이유가 못된다.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을 만큼 고가한 자동차가 재고될 겨를 없이 생산과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다.
매연은 단순한 공해가 아니라 범죄다. 만성기관지염·폐기종·폐암·신경질환 등 각종 신체장애의 원인이 되는 「범죄」라고 인식한다면 비용을 생각하기 앞서 죄의식을 가져야 하리라고 본다.
이와 함께 불량부품 생산을 막을 수 있도록 공산품 품질관리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엔진」계통 부품의 완전 국산화가 어렵다면 면세 또는 관세인하로 매연추방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차량은 일정지역에 머무르는 일없이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공해지역을 광산시키고 있다. 최근의 서울시내 대기오염도가 0·049PPM이라고 발표되기도 했으나 실상 서울시내의 대기 오염도는 극비로 알려질 만큼 심각하다. 대부분 선진국도 공해에 시달리고 있으나 대기오염에 관한 한 서울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 있다.
서울시민은 이제 잠자리에서조차 맑은 공기를 마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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