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콧대높은 중동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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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자가「이란」공보성의 어느 국장을 만났을 때의 일-.
몇 차례의 면회요청이 묵살된 끝에 용기만 믿고 무작정 국장실로 들어섰다가 문제의 국장과 마주쳤다.
『당신 면회 약속 있소?』
『바쁜 기자신분이기 때문에 약속도 없이….』
그러나 인정없는 이 국장님은 『예약없이 찾아온 사람과는 여지껏 만나본 경험이 없소』라면서 신문을 뒤적이는 게 아닌가.
어느 국영기업체의 L사장이 지난 4월 「테헤란」에서도 이름높은 「인터 콘티넨틀·호텔」의 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L사장의 차례가 되었을 때 식당의 거만스런 종업원은 놀랍게도 L사장을 제쳐놓고 뒷줄에 있는 「이란」손님을 불러 식탁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L사장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고, 종업원의 멋적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이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쿠웨이트」공항에서 각국 여행자들이 비행기 좌석때문에 아우성일 때 「쿠웨이트」인 공항직원은 예약순서를 무시하고 「쿠웨이튼」인을 우선적으로 배려, 애족심을 발휘한다.
중동의 콧대는 「사우디」에서도 마찬가지. 「사우디」인과 외국인이 「택시」를 기다린다면 「사우디」의 「택시」운전사는 당연한 것처럼 「사우디」인 앞에 차를 세워 외국인을 분노케 한다.
심지어 외국부인들이 드나드는 구멍가계 주인마저 걸핏하면 『우리나라사람에게도 팔 것이 없소』라면서 무안주기 일쑤.
나아가 외국 유학생의 경우에도 현지학생 위에서 돈으로 군림한다.
기름 탓일까, 아니면 역사적 우월감 때문일까, 아니면 식민시대에 쌓인 한 탓일까.
「이집트」·「요르단」등 비산유국을 제외하곤 중동사람 모두 콧대가 드세다. 「사우디」·「쿠웨이트」·「이란」등 거억의 「오일·달러」가 흥청이는 현장에선『미국사람도 기름 앞에선 꼼짝못한다』는 말이 구호처럼 쏟아진다.
지번 조차 없어 편지 한강을 들고 목적지까지 직접 찾아 나선다거나 대부분의 국민이 자기들 신문인지, 외국 신문인지를 구별못하는 실정에서 「돈」만으로 우월감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느 영국인기자의 독백처럼 「사라센」제국이나 「페르샤」제국의 환상속에 「오일·달러」가 계속 쏟아지고 있어 콧대는 높을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갑작스레 쏟아져 내리는 재화 속에서도 실질적인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심리가 외국인기피증(Xenophobia)으로 비뚤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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