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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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정책의 이상은 제도의 합리화나 근대화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것이 정책이상의 구현에 불가결한 수단을 제공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란 혁신적인 새 제도의 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이와 유사한 혼돈을 보아왔다.
이제 그 세율도 당초 예정보다 3%나 내리고 종합적인 보완책도 곁들여짐으로써 이런 혼돈과 예견되던 파란의 여지는 훨씬 줄어든 셈이다. 이번 보완은 납세자들로 하여금 아직도 공책의 종합·조정기능이 건재하다는 점과 여건의 변화에 상당한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는 신인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경제계나 일반국민들로부터 제기되어온 갖가지 제언과 건의는 단순한 세율 인하만 아니라 보다 안정된 기반 위에서 이 제도를 실시할 수 있게 시간의 여유를 갖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비록 흡족하지는 않으나 이런 각계의 제언이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일부 수용되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원만한 정책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율의 대폭인하 효과>
제도개혁의 충격과 부작용을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그것이 국민적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정당하다. 세율의 대폭인하는 이 점에서 가장 의미있는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현행의 간접세 원가부담률이 9.5% 수준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10%의 부가가치세율은 다른 조건을 무시하면, 일단 합리적인 수준이라 하겠다. 세정당국이 우려해온 세수결합은 경제활동의 확대추세에 비추어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과세자료나 세원의 획기적인 양성화 때문에 당초의 이상을 훨씬 상회할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세율인하는 탄력세율 적용이 아닌 기준세율 인하가 더 바람직하다. 이번 보완조치가 무엇보다 납세자들로 하여금 새 제도에의 안정된 적응을 위한 것이라면 잠정적이라는 인상이 강한 탄력세율 보다는 기준세율 자체를 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세제와 관련하여 가장 우려되어온 물가파급 영향은 비록 세율인하로 상당한 환형이 이루어졌다해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로 남는다.
보완대책이 주로 이 부문의 대책을 중점적으로 포괄하고 있으나 집행과정의 교란요인은 너무도 많다. 부가가치세 실시는 불가피하게 물가상승으로 연결되는 물가체계의 전면 개편을 수반할 것이므로 모든 원가요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할 것이다.

<탄력적인 물가정책을>
이와 함께 물가정책도 종래의 행정위주식 경직성을 탈피하고 새 제도에 걸맞게 묶을 것은 과감하게 묶고, 원가에 반영해야 할 것은 시기에 늦지 않게 반영해줌으로써 시장기구의 왜곡이나 유통의 혼란을 최소한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기획원이 만들고 있는 유통단계별 기준가격표는 그것이 아무리 광범하고 완벽한 물가 표라 해도 실제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모든 품목을 빼놓지 않고 감시하기보다는 생필품·주요공산품 등 중점품목을 선택적으로 집중관리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공급측면에서 물가안정을 보완하는 여러 시책은 무역·외환·통화정책의 기본 줄기와 어긋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절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완조치에 포함된 관세율인하, 무역완화, 수입적립률 인하 등 개별정책은 물가와의 연관에서 제한적으로 다루어야하며, 전면적인 자유화압력으로 번지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당면한 수입자유와 문제는 여유외환의 효과적인 활용에 그쳐야하며, 그것도 무역·외환의 동시 완화보다는 상호간 적절한 제동장치를 유보해가며 단계적으로 풀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요측면에서의 몇가지 보완조치는 일견 상형 되거나 부분저인 역기능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가절감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금리인하는 비록 소폭의 명목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코스트」 압박을 덜어주고 침체해 있는 민간 투자에 자극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자금배분의 균형문제>
그러나 통화 팽창기에 이루어지는 금리인하의 수요압박효과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통화안정정책의 강력한 추진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 조치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아질 공산이 적지 않다.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증발이 격심한 현재로서는 금융긴축에 한계가 있으므로 재정과 외환에서 중점적인 환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보면 1천억원의 재정흑자는 오히려 부족하다. 상반기의 민간여신 압박으로 겪었던 자금은 해외부문의 증발규모 감소로 약간의 여유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월평균 8백억원씩 풀어 나간다는 하반기 자금계획은 부문별 산업별 배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불균형에 따른 대금 난은 여전할지도 모른다. 특히 부가세에 따른 기업의 추가자금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여신운용에 특별한 신중이 요청된다.
보완조치로 미리 예고된 10월의 금리재 인하는 비록 정책 신인도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금융정책의 탄력효과를 잃게 만들 소지도 없지 않으므로 여건의 변화에 따라 항상 유동화 시킬 수 있게 금리정책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완과 사전조정에 만전을 기해 부가가치세 실시에 따를 혼란을 최소한으로 막도록 행정의 묘가 유감없이 발휘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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