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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공업화에 눈을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홍콩」·「싱가포르」, 그리고 대만까지를 제외하고 나면 동남「아시아」는 농업경제의 저개발산업구조를 면치 못하고있고 예외 없이 빈곤과 인구문제로 개발정책은 발목이 잡혀있다.
인구 6억의 인도, 1억4천만의 「인도네시아」, 그리고 국토는 불과 남한보다 3분의 1가량 더 큰데 인구가 8천만 명이나 되는 「방글라데시」등은 개발정책수행보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 더 급한 나라들이다.
다만 천연고무·원목 등 자연자원이 풍부한 「말레이지아」만 1인당 GNP가 8백20「달러」에 이르고 쌀을 비롯, 1차 산품이 풍부한 태국이 안정경제를 누리고 있을 뿐 나머지 나라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백∼1백「달러」에 불과한 빈곤국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인당 GNP가 1백「달러」에도 미달하는 「방글라데시」나 1백50「달러」가 못되는 인도의 경우 빈곤퇴치를 위한 인구증가억제는 최대의 정책적인 과제로 제기되어있다.
다른 이유도 복합되어있지만 「인디라·간디」정권이 지난번 총선에서 무참하게 무너진 것도 마구잡이 가족계획사업 때문이었다.
당시 「간디」수상의 아들 「산자이」가 지휘했다는 가족계획사업은 모든 관리, 국영기업체임직원들한테 부임시술 책임량을 할당하고 학교선생들에게는 가가호호 방문, 시술증명을 받아오게 했는가하면 경찰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아다 부임수술을 받게 했다는 것.
그 통에 장가도 안간 총각들조차 수없이 부임시술의 희생물이 되었다니까 종교심 깊은 인도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렸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산자이」에 대해선 「마루티」자동차특혜사건 등 부정관련사건이 많아 더욱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인도의 빈곤과 인구문제는 사실상 가족계획사업을 그처럼 마구잡이로 실시하게도 될 만큼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인도통산성의 차관보급 관리한테 인도같이 큰 나라의 연간수출액수가 왜 40억「달러」밖에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6억 인구를 먹이고 나서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몰라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1천만명이 살면 알맞은 지역(홍수 상습지 제외)에 8천만명이 살고 있다는 세계은행(IBRD) 전문가들의 견해다(「대카」에서 주재 근무한 「파랜드」와 「파키슨」은 최근 「방글라데시」의 빈곤문제를 다룬 책을 썼다).
그런데도 인구증가율은 연3%선이고 회교도의 관습 때문에 인구억제정책은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빈곤국 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과연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보기 위해 다른 나라들은 인도적 견지에서 원조를 해야할 것이라고 이 두 저자는 호소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지아울·라만」대통령이 얼마 전 중공·북괴 등 각국 대사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방글라데시」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개발정책을 본받아야할 것』이라고 말해 「대카」외교 가에서는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데 사실 급속한 성장을 보인 한국의 경제개발은 「방글라데시」로서는 큰 관심거리일 수도 있다.
동남아 각국은 과다인구와 경제적 후진성 등 그들이 안고있는 문제를 공업화정책으로 극복하려는 데서 공통적이다.
인도는 국영무역형태로 엄격히 수입제한정책을 실시, 국산화정책을 유도하고 있고 태국이나 「방글라데시」같은 나라들은 공업화에 소요되는 외자조달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같이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 자원을 무기화 하는 이른바 경제적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도 주목할만하다.
「말레이지아」가 외국인 지분주식이나 자산을 필요할 경우 국유화할 수 있는 산업조정법과 석유개발법을 제정한 것이라든가 ASEAN의 역내 「블록」강화움직임이 그러한 일련의 현상인 것이다.
태국의 경우는 공산세력의 위협과 그 동안의 국내정치불안으로 다른 지역보다는 좀더 「델리키트」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지난 4년간 수상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이러한 정성의 불안 때문에 기업인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태국을 방문하는 미국실업인중엔 공산화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 이들이 있는데 적어도 단기적으론 걱정스런 사태는 아니다』라고 현지 한 미국기관의 비밀보고서는 분석했는가 하면, 지난 연초 상공인 회의석상에서 정부의 고위관리가 『일체 세금을 부과하거나 처벌하지 않을 테니 국외로 유출시킨 외화를 들여오도록 하라』고 권유했다는 얘기들이 이러한 태국 내 사정을 설명해 준다.
그러나 태국의 경제는 지난 20년간 1「달러」 대 20「바트」의 환율을 유지해올 만큼 안정적이며 작년도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에 불과했다.
누구나 인도의 어느 공장 또는 관공서건물 벽에서 Work more, talk less(말을 적게하고 일을 더하자)라는 표어를 읽을 수 있다.
비단 인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을 채찍질하는 경구가 될지도 모른다. <끝> 【싱가포르=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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