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선언 허식에 불과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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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부터 「유고」의 「베오그라드」에서 「유럽」의 동서진영 35개국 대표들이 모여 전망이 불투명하고 지루한 회담을 시작한다.
75년8월 「헬싱키」에서 35개국 정상이 모여 「유럽」의 화해와 협력, 세계평화의 실현을 다짐한 「유럽」안보협력회의를 성립시킨 이래 합의사항의 이행상황과 그 성과를 평가하는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유럽」안보회의는 소련이 2차대전 후의 현실, 즉 독일의 분할을 비롯한 동서구간의 국경선을 고착시킴으로써 동구에 대한 기득권을 굳히는 한편 동서구의 정치·군사적 긴장완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여 이루어진 모임이었다.
서방측으로서는 당초 소련에 일방적인 이득을 주는 회의라 하여 소극적으로 응했으나 결과적으로 「유럽」분쟁의 초점인 「베를린」의 지위안정을 기하는 한편 중부구주의 병력삭감, 사상·문화·인간의 자유로운 교류 등의 다짐을 소련으로부터 받아냄으로써 장기적인 「유럽」평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만족했다.
「헬싱키」선언문의 합의문서만 보면 구구절절이 옳은 국제관계의 원칙들이 나열되어있어 동서대결은 끝나고 안전과 평화의 시대가 온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22개월이 지난 현재 동서의 불신·군비경쟁·대립 등은 당시와 다름이 없다.
서방측은 소련의 「아프리카」진출·인권탄압·중부「유럽」의 상호 감군 협상·전략무기제한회담에 대한 태도 등이 성실하지 못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캘러헌」영국수상이 최근「유럽」동서 안보협력체제는 「유럽」이외의 지역에도 적용돼야할 것이라고 소련을 비난한 것은 서방의 불만을 나타낸 단적인 예다.
동서 양쪽은 제각기 「헬싱키」선언을 앞세워 자기네 입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서방측은 「헬싱키」선언이 모든 나라의 인권을 보장하기로 합의했으나 동구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동서간의 인적접촉과 여행·문화교류 등의 제3부 조항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고있다.
그러나 소련은 이 문제와 관련, 미국이 소련의 인권문제에 관해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내정간섭이며 어느 누구로부터도 교훈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며 미국과 북 「아일랜드」같은 서방세계에서 오히려 인권위반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베오그라드」회의를 앞두고 동구측은 「헬싱키」선언의 인권조항인 「제3부」내용이 서방공세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고 회의의 초점을 제1부(정치안보협력)와 제2부(경제관계)로 돌리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국가들은 서방측이 감군 협상과 동서화해에서 소극적이고 무역거래에서도 동구를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역습으로 나오고 있다. 8일 「프라우다」지에 이어 9일 동독신문들이 미국의 빈민과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모두 이러한 공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동구권 안에서 있었던 반체제운동·미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강력한 입장을 서방측의 강력한 대 동구공격근거가 될 것이 확실하다. <김동수 기자>

<유럽 안보협력선언문 요지>
▲제1부-「유럽」안보 10개 원칙 ①주권평등 ②무력위협·사용의 자제 ③국경의 불가침 ④영토보존권 ⑤분쟁의 평화적 해결 ⑥내정불간섭 ⑦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를 포함하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장 ⑧각국 국민들의 자결권 존중 ⑨국가간의 협력 ⑩국제법상의 제의무에 대한 성실한 이행
이 원칙에 따라 4대국의 「베를린」에 대한 권리와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조인국들은 2만5천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는 군사기동훈련을 할 경우 최소한 3주일 이전에 통고하고 「업저버」를 교환한다.
▲제2부-경제·과학·기술 및 환경분야에서의 협력.
ⓛ실업인의 접촉과 교류 촉진 및 무역정보교류·시장에 대한 협력 ②농업「에너지」자연보존을 위한 협력 증대 ③환경문제해결협력 및 토지이용 제고 ④이원훈련의 협력증진
▲제3부-인도적 및 기타분야의 협력
ⓛ이산가족들의 재결합 ②출판물·전파매체 등 정보의 배포 및 교환확대, 기자들의 활동조건 향상 ③문화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한 작가 및 편집인간의 접촉확대 ④교육 및 교육기관 대표간의 접촉·증진·교육시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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