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대「나토」핵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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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산하의 8개국 핵 계획「그룹」이 지난 8,9일 양일 간 「오타와」에서 비밀회담을 열었다.
회담의 목적은 소련의 핵 전력과 「바르샤바」동맹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련은 새로이 SS20이라는 신형 이동식 다탄두 「미사일」을 배치해 서구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우려돼왔다.
때를 같이해서 「바르샤바」동맹권의 재래식 공격력도 병력면에서나 장비면에서 괄목할만한 증강 추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동구주둔 지상병력이 13만명이나 늘어났고, 전차규모가 40%, 각종 야포가 50% 내지 1백%나 증강됐고, 「미사일」적재 순양함과 구축함·잠수함의 신규배치도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나토」는 지난 5년 사이 전차 2천대, 항공기 1천대, 대전차포 2천문을 증가시키긴 했으나 이런 불균형이 확대되는 추세라면, 『「나토」는 소련의 기습공격으로 졸지에 역 전도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알렉산더·헤이그」「나토」사령관의 경고였다.
「나토」의 취약점에 대해서는 「벨기에」의 「로베르·쿨로즈」소장 같은 사람도 신랄하게 지적한 적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련은 48시간 안에 「라인」강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클로즈」소장의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경고들은 결국 서 「유럽」각 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체의 재래식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위론의 일단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현재 미국이 중부 「유럽」에 배치하고 있는 전술핵무기의 억지력에 관한 논쟁이다.
미국의 의회 예산국을 필두로 하는 일부 여론은 「유럽」에 20년 동안 배치돼있던 전술핵무기 7천 개를 철수하고, 그 대신 「폴라리스」잠수함의 SLBM(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나토」방위의 주축으로 삼자는 주장을 내세웠다. 기존의 지상배치 전술핵무기는 SS20등 소련의 「미사일」공격권 안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미 그 쓸모가 없어졌다는 논거에서다.
미국 전술핵무기의 실질적 억지력에 대한 의의는 앞서 말한 「클로즈」소장에 의해서도 그 와는 다른 각도에서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갖다 놓긴 했으나 소련의 핵 보복을 고려하여 실제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 의회 예산국의 「지상핵무기 철수론」이나 「클로즈」소장의 미 핵무기 회의론은 다 같이 핵심을 빗나간 주장처럼 들린다. 지상 핵무기가 소련의 SS20 때문에 구식이 됐으면 신식으로 바꿔놓으면 되는 것이지 지상 핵무기 자체를 철수하자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군사전문지「국방」도 갈파했듯이 소련의 SS20이 불과 수일 안에 서「유럽」을 파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서구에 「크루즈·미사일」을 비롯한 최신의 대응핵무기를 배치해두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단지 유의해둘 일은 소련의 선제공격에 대비해서 그러한 핵무기들을 종전보다 더 안전한 지하격납고(SILO)에 잘 보관함과 아울러 소련의 이동식 핵「미사일」배치상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신속한 정보능력의 강화라 하겠다.
어차피 소련의 핵 공갈은 핵 대응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서구의 재래식 군사력증강이 충분하지 못할수록 「바르샤바」동맹의 지상병력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핵 지뢰 등 미국의 지상핵무기는 더욱더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오타와」회담의 주제인 『서구배치 미 전술핵무기를 더 치명적인 핵탄두로 무장시킬 것 인지의 여부』를 논의함에 있어 소극적인 후퇴보다는 적극적인 전략개념으로 진일보하기를 희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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