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음보다 실용음을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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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우트」·오우버·코우트·「뉴우요오크」·「버스」「가스」·「사이렌」·「사인」등 원음을 중심으로 표기되는 현행 외래어표기법을 개정, 뽀트 「오바·코트」「뉴욕」·「뻐스」·「까스」·「싸이렌」「싸인」등 일반이 사용하는 관용음 존중을 원칙으로 하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4일 하오 열린 국어국문학회(회장 박성의)총회는 지난 75년부터 이기문(서울대)·남광우(인하대)·김민수(고대) 교수 등 3명에게 위임시켜 연구한 표기법안을 학회의 공식적인 안으로 결정, 발표했다.
전문 11조와 표I·표II 구성된 이 표기법안은 ①외래어는 국어이므로 우리말의 성질에 맞도록 개변한다. ②원음주의를 지양, 관용음음을 존중한다. ③한자로 된 지명은 우리한자음 표기를 원칙으로 하고있는 점이 현행 표기법과 다른 점이다.
이 같은 원칙아래 「P·B」등의 발음에서 「프린트」는 「푸린트」로, 「프로필」은 「푸로필」등으로 일반인의 발음형식에 따르고 「R·L」자의 발음도 「알칼리」「엘리트」글라이더 등과 같이 이중의 ㄹ대신 알카리 에리트 그라이더 등으로 간편한 실용음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한편 한자발음에서도 요동율 「랴오뚱」, 송미령을「쑹메이링」으로 성조도 모르며 발음하는 대신 「요동」·「송미령」등 우리한자음으로 읽도록 제안했다.
이밖에 받침의 경우는「ㄱ·ㄴ·ㄹ·ㅁ·ㅂ·ㅅ·ㅇ」만 사용하되 영어의 자음 중「T·D」는「ㅅ」으로, 「K, G」는 「ㄱ」으로 통일하도록 규정했다.
국어국문학회는 이 같은 외래어표기법안을 제안하면서 ▲국무총리 직속의 국어연구소 설치, 혹은 문교부 국어심의회를 확대 개편해 학계·교육계·언론계 인사나 문인이 참여토록 할 것 ▲폭 넓은 외래어 심의를 위해 외래어 심의기구(가칭)를 설치할 것 ▲외래어표기의 통일을 위해 다수의 의견이 일치된 단어부터 교과서에 반영할 것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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