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풍계리 갱도 앞에 가림막 설치" … 핵 버튼 누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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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 4차 핵실험 D-데이로 4월 말을 예상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이달(4월) 안에 한 방을 터뜨린다는 첩보가 있다”며 “모든 준비가 끝났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보 당국의 일치된 판단”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아직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달 우리 군 당국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던 미국 언론과 민간 전문가들이 정반대로 북한의 핵실험 임박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CNN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정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 주말 미군 정찰위성이 (함경북도 풍계리) 북한 핵실험장을 관측한 결과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발견됐다”며 “위장막은 터널 입구를 덮고 있다”고 전했다. 가림막 설치는 갱도 입구 봉쇄 등 핵실험 마무리 작업을 위한 것이다. 정보 당국이 핵실험 임박 징후로 꼽는 마지막 단계 가운데 하나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닉 핸슨 연구원은 7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나와 “갱도 입구 근처에 있던 상자 등 물건들을 대부분 치웠다”며 “핵실험장으로 들어가는 터널의 입구가 열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되면 갱도 입구의 장비를 대부분 치우고 작업자들은 대피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전 세 차례 핵실험 때도 핵실험 직전 가림막을 설치하는 패턴을 보였다”며 “가림막 아래에서 갱도 입구를 봉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핵실험 마지막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택일만 남았다는 점에는 우리 정보 당국이나 미국 전문가 간에 이견이 없다.

 다만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 주변국을 옥죄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세월호 침몰 사태 등으로 한국 정부가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도 감안하면서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 주변국의 움직임 등을 지켜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 제재 망치 우리가 두드린다=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이 유엔에서 제재 논의를 주재하게 된다. 한국은 순번에 따라 5월 한 달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한국이 의장국이었다. 당시 의장 자격으로 유엔 본부에 있었던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곧바로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이는 트리거 조항(추가 도발 시 자동 안보리 회부) 도입 등을 명시한 안보리 결의 ‘2094호’로 이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현재 안보리 의장 역할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다. 윤 장관은 출국 전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우리나라와 안보리 이사국들이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북한 제재 논의를 주도하는 데 부담을 느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내에서 이견을 표해 결의 채택이 3월까지 미뤄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중국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수·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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